누군가에겐 행복한 고민이지만 누군가는 스트레스에 운다
직장인들에게 점심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직종과 직장 별로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메뉴는 물론이고 분위기도 아주 다르다.
어떤 곳은 법적으로 보장된 유일한 해방시간이며
또 어떤 곳은 사실상 업무의 연장이나 다름없다.
규모가 큰 대형 회사들은 자체적으로 구내식당을 운영한다.
그런 구내식당이 있으면 가장 좋은 건 메뉴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정해진 식단표가 있을 것이고 거기에 따라먹으면 된다.
그리고 정해진 식단표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마음에 드는 메뉴를 골라 먹는 방식의
구내식당도 있다. 이거야 말로 진짜 행복한 고민이 아닌가.
하지만 구내식당의 단점도 있다.
원치 않는 사람과 한 테이블에서 밥을 먹는 경우가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최소한
얼굴은 한번 보게 된다는 점이다. 별거 아닌 것 같으면서도 이건 굉장히 중요하다.
입맛을 좌우하는 요소이기도 하고 자칫하면 근무시간이 돼버리기 때문이다.
일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가끔 무례하게 사적인 대화를 시도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한 명씩은 꼭 있는데 밥 먹는데 피곤하게 한다.
구내식당이 없는 조그마한 규모의 직장은 도시락을 배달해서 먹기도 한다.
밥, 반찬, 국이 포함된 완제품을 배송해 주는 업체도 있고
어떤 업체는 반찬만 가져다주는 곳도 있다.
도시락도 일반도시락과 샐러드식을 고를 수 있는 곳도 있다.
개인적으로 이 방식을 가장 선호한다.
메뉴 고민의 단점도 없고,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만 모여서 먹을 수도 있고
때로는 나 혼자서 여유를 즐기며 먹을 수도 있다.
그리고 시간이 단축된다는 점이 가장 큰 메리트다.
구내식당도 없고, 도시락 배달도 아닌
인근 식당에서 해결하는 직장인들도 많다.
내 경험상 이 경우는 처음엔 정말 좋다.
이곳저곳 다니며, 이것저것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그 달콤한 기간은 1개월 남짓이다.
한 달만 지나면 거기가 거기 같고 그 메뉴가 그 메뉴다.
누군가가 "오늘은 뭐 먹을래?"라고 물으면 그때부터 고민에 빠진다.
더 짜증 나는 경우는 내가 됐든 다른 이가 됐든
어떤 메뉴 하나를 이야기했는데
한쪽에서 "나 어제 그거 먹었는데.. 다른 거 없어요?"라고 말하는 경우다.
'네가 골라'라고 반말을 내뱉고 싶어질 정도다.
그때부터는 단일화하기 정말 쉽지 않다.
아, 그런 말을 내뱉는 사람들이 앞서 구내식당 단점에서 언급한
'무례한 사람'의 캐릭터와 굉장히 겹친다.
(내가 예민한 게 아니라 여러 친구들과 함께 공감한 내용이다)
그리고 이 케이스의 가장 큰 단점은 점심시간이 순식간에 사라진다는 점이다.
식당과 회사왕복하는 시간, 먹는 시간을 빼면 양치하는 시간밖에 남지 않는다.
물론 잠시 동료들과 대화할 시간정도야 있지만 온전한 휴식을 취하기가 어렵다.
다행히도 나는 점심 식사 비용을 고민해 본 적이 없다.
다 지원해 주는 직장들만 다녔기 때문이다.
그러나 식대를 포함해서 월급을 책정하거나
이보다 더 한경우엔 식대가 제공되지 않는 회사도 있다고 한다.
참 난감할 것 같다. 치솟는 물가를 감안하면 매번 밖에서 사 먹는 건 부담스럽다.
당장에 내 연봉 협상은 1년에 한 번인데, 유명 프랜차이즈 식당은
고객과 협상도 없이 불규칙하게 가격을 인상한다.
'내 월급만 그대로'라는 말이 실감된다.
여러 가지 장, 단점이 존재하지만
어쨌든 중요한 건
직장인에게 점심은 아주 소중하다는 점이다.
메뉴는 둘째다
오전에 받은 스트레스를 털어내고
오후에 발산해야 할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며
일하느라 나누지 못했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다.
또한 온전한 나의 시간이라는 점에 있어서 중요하다.
위에서 잠시 '업무의 연장'이라고 좋지 않게 표현했지만
필요하다면 정말 일을 해도 되는 시간이다.
오전에 마무리해야 하는데 못한 일이라든지, 혹은
미리 해놔야 오후가 편하다면 일하는 게 좋다.
법적으로 보장된 유일한 '내 시간'이기 때문이다.
전에 있던 직장의 동료 한 명은 점심시간에 꼭 영어 공부를 했으며
상사 한 명은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왔다.
나도 가끔은 식사를 건너뛰고 수면을 취할 때도 있다.
먹는 방식도, 보내는 방식도 천차만별인 점심시간.
손발 오그라드는 표현이지만 정말 모든 사람들이
이 시간만큼은 행복했으면 좋겠다.
오전의 좋았던 기억을 이어가며 오후를 맞이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으면 하고
안 좋은 일이 있었더라도
오후에는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좋은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광화문에 있는 넥타이 부대도,
공업단지에 근무하는 산업 역군들에게도
점심시간은 평화와 안녕이 깃들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