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까지 이해해 보려 노력해야지
어느 기업인이 모 대학에서 강연한걸 유튜브를 통해 본 적이 있다.
그 사람은 온갖 현실적인 조언을 쏟아냈고
나는 감탄하며 영상을 봤다.
그러다 마지막 멘트로 그런 말을 했다.
"살아있는 모든 순간에 깨어있으세요. 죽는 날까지 서로 사랑하십시오. 절대 포기하지 마십시오"
깨어 있으라는 말, 포기하지 말라는 말 다 이해가 됐지만
'서로 사랑하라'라는 말은 그다지 와닿지 않았다.
그 영상을 보고 몇 년 뒤, 축구황제 펠레가 세상을 떠났다.
펠레는 유언으로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하라. 영원히'
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강연에서 들었던 말과 어느 정도 일맥상통 하는 그 말,
처음 들었을 때와는 다르게 이번엔 좀 강하게 꽂혔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 봤다.
'두 사람이 강조하는 사랑은 단순히 이성 간의 사랑을 말하는 게 아닌 건 분명하다. 그럼 도대체 그들이 말하는 사랑은 뭘까? 말이 쉽지 어떻게 남들을 다 사랑해. 그리고 사랑이라는 감정이 그렇게 흔한 감정도 아니고 굉장히 특별한 감정인데 그걸 남발하는 것도 웃긴 거 아닌가? 그럼 내가 진짜 사랑하는 사람들은 뭐가 되는 거야?'
분명 와닿긴 했지만 부정적이었다.
그로부터 또 얼마 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한 어른과 식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분은 중간중간 성경을 인용해서 말씀하셨다.
"하나님은 말하셨어. 네 이웃을 사랑하라. 심지어 네 원수도 사랑하라"
아.. 나는 또 그 사랑이라는 단어에 꽂혔다.
대체 그게 무엇인지 도무지 감이 오질 않는 것이다.
물론 대충 어떤 뉘앙스의 말들인지는 나도 안다.
그렇지만 당시의 내 기준으로 서로 사랑하고,
심지어 원수까지 사랑하는 건 감정낭비일 뿐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현실 도피 같아 보이기도 했다.
흐릿하게만 보이던 그 사랑이 그래도 조금씩 명확해지는 계기가 있었다.
톨스토이의 단편집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읽고 나서였다.
다른 글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나는
이 책을 읽고 내가 살아온 방식을 통째로 바꿀 만큼
큰 깨달음을 얻었다.
결국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는 걸 저자는
여러 이야기들을 통해 우리에게 알려줬다.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고귀하고 신성한 이름 사랑.
내가 알고 있던 사랑은 고작해야 이성 간의 관계,
그리고 아무 대가 없이 주기만 하는 부모님의 사랑뿐이었는데..
책을 읽고 난 뒤, 난 이렇게 결론 내렸다.
"사랑은 사람을 살게 한다. 없다고 죽는 건 아니지만 결코 잘 사는 인생은 아닐 것이다"
성경뿐만 아니라 불교에서도 사랑과 비슷한 개념이 나온다.
'보시'라는 뜻이 그러하다.
'보시'는 다른 계산 없이 오로지 자비심 만으로
남에게 베푸는 걸 말한다.
예수님도, 부처님도, 톨스토이도 그렇게나 강조했던 사랑.
그게 뭔지 대충은 아는 줄 알았다.
한동안은 정말 실천하고 살았다.
내 골치를 아프게 하는 사람들을 만나도
'그래 사랑하자. 저 사람도 분명 이유가 있겠지'라고 이해했다.
그렇게 사니까 가장 이득을 보는 사람은 다름 아닌 바로 나 자신이었다.
그래서 나는 내 주변에 사랑을 많이 전파하고 다녔다.
이렇게 해봐라, 저렇게 해봐라.. 아주 말은 청산유수였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다시 그 믿음이 꺾이고 있는 걸 새삼 느꼈다.
다시금 슬슬 화를 내기 시작하고 짜증도 낸다.
과거 나를 열받게 했던 그 기억,
심지어는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상상하며 혼자 부글부글 끓은 적도 있다.
사랑을 멀리해서 생긴 피해는 아이러니하게도
나를 화나게 한 사람들이 아닌 내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가족들,
주변 동료와 지인들에게 돌아간다.
말로는 "남들을 사랑하자, 사랑하며 살자" 떠들던 내가
'진짜 사랑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면 무슨 어폐란 말인가.
그래서 다시, 내 삶을 재정립시켜준 '사랑하라'를
다시 되새김질하고 있다.
'그래, 이 드넓은 우주에서 우리는 먼지 같은 존재들인데 우리끼리 이렇게 갈등하고 미워해봤자 남는 게 뭐가 있냐'
선인들이 말하는 사랑을 깨닫고 실천하기에는
아직 부족하지만 그래도 노력은 해볼 것이다.
'사랑까진 아니더라도 적어도 미워하지는 말자'라는 마음부터 새겨봐야지.
언제부턴가 내 삶의 큰 영향을 준 '사랑하라'는 말,
끝까지 이해해 보려고 노력할 것이다.
남을 사랑하고 이해하는 건 나를 사랑하는 길이고
진짜 사랑하는 내 가족과 이웃을 지키는 일이라는 믿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