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제 일이 아닙니다.

by Bwriter



뉴스를 보다 보면 사건이 발생했을 때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건 A기관의 담당이라 저희는 잘 모릅니다.

그래서 A에 문의하면 B를 B는 또 C를 지목하곤 한다.


학교현장에서도 이런 일을 쉽게 볼 수 있다.

교무실과 행정실, 행정실과 보건실 그 외에도 수많은 관계가 있을 것이다.

업무의 범위가 애매모호한 경우가 있어서 눈의 쌍심지를 켜고 업무를 쳐내는 경우가 있다.

사실 교직에 설 때 열정 가득한 마음을 가지고 왔지만,

그런 나의 마음과는 다르게 행동하는 다른 선생님들을 볼 때면 이해가 안 갈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가기도 한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하면서 일을 하나둘씩 다 내가 자처해서 하다 보면

어느새 수많은 업무들이 나의 일이 되어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 일들을 최대한 쳐내고 최소한의 업무가 쌓이도록 하는 것이다.


오늘 오후 돌봄시간에 단골 꾀병환자 두 명이 왔다.

와서 약 바르기도 싫고 아이스팩이나 해달라고 요청했다.

아이스팩 사용을 많이 해서 거의 녹아있거나 꽝꽝 얼지 않은 느낌의 아이스팩들이 있었다.

나는 그중에서 가장 잘 얼어있는 아이스팩 두 개를 꺼내어 아이들에게 건넸다.

그러자 아이들은 왜 이렇게 안 얼어있냐고 하면서 이걸로 안 되겠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이것밖에 없어. 꽝꽝 얼어있는 게 필요하면 교무실 가서 얼음을 달라고 말씀드려.'

나는 아이들이 그러고 말 줄 알았다.

하지만 아이들은 교무실의 얼음정수기로 향했고

다소 기분이 얹짠아보이는 살무사님이 아이들과 함께 돌아왔다.

얘네들이 하는 이 말이 무슨 말이냐고 물으며,

행정실에도 얼음이 있으니 행정실에서 하라고 말하고 돌아가셨다.


얼음을 달라고 칭얼대는 아이들을 달래서 아까 그 아이스팩을 쥐어주었다.

그 마저도 마음에 안 들었는지 곧이어 아이스팩 하니까 더 아프다고 칭얼댄다.

(내가 처치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이미 병원 다녀왔는데,

병원에서 별도의 치료가 불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아온 아이들에게 그나마 플라시보효과로 냉찜질을 한다.)

나는 더 아프면 더 이상 해줄 게 없으니 이만 돌봄교실로 가보라고 아이들을 겨우 달래 돌려보낸다.

매일 이러한 일상의 연속이다.


그 일상 속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마주해서

잠시 당황하였을 뿐이다.


'이건 제 일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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