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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녹(綠)빛>

백 년 전의 너인 나로

by 심야


녹(綠)빛



조상님


저 좀 봐주세요

내버려 두세요

다 해드렸잖아요

다 짊어드렸잖아요


자식 보는 날

외면토록 마셔요

미루도록 마셔요


나타나지 마셔요 어디서도

그 어떤 저의 모습으로도


가셔요

가셔서 다시는

보지 말아요 우리, 의

말캉이는 뇌를

반으로 갈라 깊숙이

점점 더

아래로 아래로 턱

백 년 전의 너인 나로


선명히도 번쩍이던

연빛 녹(綠) 동자


들썩이는 좁은 창고


치지직


너의 뿌리와 나의 눈

실핏줄은 폭발했고

마르지 않는 샘이 되었다


너는 남몰래 죽었고

여지껏 불행히도

숨이 붙어 있었구나


광신도 길거리 알사탕

내가 너를 위해 모두 모두

뺏어서 껍질을 벗겨냈다


잘근잘근

으드득


이가 옥수수

쏟아져 내린다


목구멍 비린 피맛

나르시스트,

소시오패스,

사이코패스,

그리고…


조금씩 다려낸 모가지

이끼빛 너른 벽 수북히

걸어 두었다


하나 둘 몰려들 관람객에

삘삘 꺼억 웃을 그 얼굴들


이제야 나는

너를 구하고

지켜내니


늦었구나

늦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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