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한 해의 가장자리에 서서

by 인생클래스

저녁이 되면 유난히 해가 빨리 지는 것 같다.


창밖의 공기는 어느새 겨울의 냄새를 품고 있고,

하루를 정리하듯 불이 꺼진 사무실을 나서며

나는 달력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을 뒤늦게 실감한다.


또 한 해의 끝에 와 있다.


올해를 돌아보면

잘 해낸 일보다 하지 못한 일들이 먼저 떠오른다.


붙잡았다고 믿었던 것들은 생각보다 가벼웠고,

흘려보낸 것들은 마음속 어딘가에 오래 남아 있다.


특별히 큰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연말의 밤은 유난히 사람을 솔직하게 만든다.


쓸쓸함이라 부르기엔 조금 부족하고,

그렇다고 담담하다고 하기엔 마음이 늦게까지 깨어 있다.


겨울과 연말이라는 이름은

사람에게 괜찮은 척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을 허락한다.


오늘은 무언가를 정리하려 애쓰지 않고,

이 아쉬움마저 한 해의 일부로 남겨두려 한다.


따뜻한 음악이 흐르는 저녁,

지나간 시간들을 애써 붙잡지 않고

그저 조용히 배웅하는 마음으로.

이 밤이 그렇게 흘러가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