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포토에스더 Aug 04. 2024

말귀를 잘 못 알아듣는 사람

사오정이 아이들에게 인기쟁이인 이유


_내 인생 색감보정 프로젝트 #1 사오정






  말귀를 잘 못 알아듣는 사람을 흔히 사오정이라고 부른다. 나는 ‘날아라 슈퍼보드’를 보지 않아서 왜 사오정이라고 부르는지 의문이었는데, 머릿살의 주름에 귀가 파묻혀 있어서 말귀를 잘 못 알아듣는단다. 검색해 보니 조금 귀엽게 생긴 것 같기도 하다.



 사오정과 관련한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예전에 술집에서 친구들이랑 대화하다가 내가 말귀를 계속 못 알아듣자 내가 그냥 인정해 버렸다.


“그래. 내가 사실 약간 저팔계 긴 해.”

그러곤 살짝 웃으며 당당하게 화장실을 갔는데

친구 둘이서 ”응? 근데 사오정아님?“ 이래서 너무 민망했다…. 술 취한 척했다.

그 모습조차도 사오정 같았다.


맞다. 나는 사오정이다… 사람들이 웅얼거리며 하는 얘기는 거의 잘 못 알아듣는다. 친구들에게는 맨날 오늘따라 더 못 알아듣는 다며 매번 욕먹기 쉽상이다. 상대방이 짜증 낼 것 같을 땐 그냥 알아들은 척 넘어기도 한다.








 이런 사오정 같은 내 모습이 불편할 때도 많지만 사오정이 뜻밖에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 될 수 있는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 난 내 안의 사오정을 따뜻하게 봐주기로 했다.



초등학생 남형제 두 명을 과외했을 시절 이야기다. 과외 초반이라 조금 어색해서 많이 친해지지 못한 상태였는데…어느 날 동생인 OO이가 책을 읽어달라는 거다. 나는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있어서 무슨 책인지 큰소리로 물어봤다.


나: 무슨 책~~?

OO: 소피가 xxx 오나 둥 완둥 **^^*}~*책이요

나: 뭐?? 소피가 완둥완둥 똥을 싼다고?



소피가 화나면 정말 정말 화나면.이라는 책이었다. 아이들은 그냥 정말 자지러졌다. 완둥완둥이라는 생전 처음 보는 표현도 완전 초등학생 취향저격인데 똥이라는 치트키까지 들어갔으니...둘이서 데굴데굴 구르면서 웃더라.


그 이후로 아이들은 나를 완둥완둥 쌤이라고 불렀고근 2년간 함께하며 남동생들처럼 티격대지만 가끔 보고 싶은 소중한 제자들이 되었다.



업무를 할 때는 말귀를 잘 못 알아듣는 것 때문에 불편하기도 하고 잘 못 알아들으면 내 능력을 의심하는 건 아닐까 걱정되기도 한다. 늘 다시 한번 물어봐야 해서 죄송한 적도 많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인기만점이 될 수 있다는 점.


창신동 골목, 사랑스러운 아이들


들리는 그대로 억양을 약간 웃기게 해서 뱉어보시라아이들은 생각보다 더더더 좋아할 것이다. 너무너무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이기에


사람의 성격과 특징은 다 저마다 장단점이 있다. 예민함이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의 아픔을 섬세하게 공감해 줄 수 있는 것처럼. 사오정이 누군가에겐 답답함이지만 누군가에겐 웃음 유발제이다.


정말 마음에 안 드는 내 특징과 성격이 있다면..열심히 노력해서 바꿔야 하나 고민된다면 있는 그대로의자신을 다시 찬찬히 살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생각 외의 곳에서 그 성격을 사랑해 주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으니까.


사오정이 뜻밖에 아이들을 웃기는 재능이 있는 것처럼!



                    

이전 01화 인생은 특별하지 않지만 따뜻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