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6.12-25.06.18

by 김서하

졸린 눈 비빈 뒤에 생각 없이 위를 보면

눈 부시게 빛을 내는 따뜻한 그대 모습

그래요, 내가 올려다 보는 건 당신밖에 없는걸요.

― F13. 낮과 같이 밝은 그대 얼굴


싱크대 수챗구멍 올라오는 썩은내가

나한테서 나는 건가 긴가민가 하기도 해

어차피 흐르는 물 맞으며 썩는 것은 똑같은데

― D20. 너나 나나


따스한 물줄기를 끼얹기만 하는데도

어찌도 이렇게나 기분이 좋은 건지

모든 걸 잊어버리고 온기 속에 파묻혀

― F15. 온수 샤워


자르고 베어내면 남는 것은 열매 되고

솎아진 꽃송이는 흙으로 돌아가네

열매를 길러내기 위해 몇 송이를 꺾었는가

― C18. 남은 것을 위하여


들판에서 위를 보면 별 방울이 가득해서

달 한 덩이 없는 날엔 비 오듯이 떨어질까

혹시나 기대 품은 마음으로 뚫어져라 쳐다봐

― F19. 한 방울이라도 가지고 싶어


후더운 여름날에 에어컨 갈망하듯

반가운 나의 그대, 정해진 시간 외엔

그대를 보지 못하는 못난 나를 용서해요

― A5. 통금 후에 찾아오는 죽음의 동생에게


여기 이 광대 보소 지 눈 코도 분간 못 해

아래도 위도 몰라 한 발도 못 내딛네

가여워 보듬고 싶지만 유리 너머 손 못 뻗네

― C9. 자기 비하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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