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들어 얼굴 보면 두 눈은 날 안 보고
고민 끝에 입을 열면 두 귀는 날 안 듣고
님이여 현세에 사는 건가요 그 너머를 보나요
― B24. 베겟머리의 공허한 눈
웬일로 상쾌하게 잠자리서 일어나고
가벼운 걸음으로 아침을 맞이하다
발가락 찧고 깨달았네 이 아픔만 진짜라고
― A21. 일단춘몽
허황된 꿈이라고 폄하치 말아줘요
심우주도 심연 속도 찾아가 봤으니까
내 맘 속 깊은 곳에서 파낸 것은 이것뿐
― B26. 45자 내로 장래희망을 적어주세요
힘겹게 일어나서 똑같은 아침 겪고
일상을 다시 살려 한숨을 내쉰 그때
벨소리, 꿈꿀 내용이 그렇게도 없는건가
― D18. 꿈마저도 반복이야
귓구멍 파고들어 측두엽 간질이는
말들의 나열들이 너무나 자극해서
눈 뜨면 보이는 건 오직 들려오는 단어뿐
― B25. 눈을 감는다. 귀를 연다.
꾸르륵 거리길래 왜 그러니 물었지만
꾸르륵 꾸르르륵 볼멘소리 돌아오고
꾸르륵 콧방귀까지 뀌니 어이없어 정 떨어져
― A18. 소화불량
살갗 한 땀 한 땀 구슬프게 부둥키고
내장 하나하나 서글프다 울부짖고
외로이 모두의 슬픔 담아 털썩하고 주저 눕네
― C15. 아픔이 슬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