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끝내 비운 머리 가볍게 살아가고
무거운 가슴의 추 버리고 뛰어나가
목에 댄 칼날 덕분에 이 모든 걸 잘랐어
― A59. 더이상 한심하지 않아
명안이다 생각하고 내놓았던 내 해답은
흔하지만 놓쳐버린 한 문제에 무너지고
어째서 만능해결책은 존재하지 않는 걸까
― B62. 왜 해결이 안 되는 걸까
힐링이야 힐링이야 스스로를 세뇌하며
무엇도 안 하더라도 괜찮다고 위로해도
12시, 지나간 날짜는 죄책감을 찔러대
― E54. 신데렐라식 죄책감
낡을 대로 낡아 버려 삐걱이는 와이퍼가
송골땀 닦을 때마다 버스 안을 긁어댄다
다 삭은 관절의 신음이 십여 명도 닦아낸다
― E56. 사람을 닦아내는 와이퍼
절대로 안 올 거라 호언장담 했건만은
느닷없는 우레소리 내 오만함 묵살하고
폭우 앞 오도카니 서서 유일한 길 외면해
― A64. 40퍼센트의 도박
책 뒤에 숨은 걸까 배게 아래 놓은 걸까
손 안에 들고 있나 등 뒤에다 붙여 놨나
찾아도 안 보이는 이유는 처음부터 없어선가
― D31. 잃어버린 것이 있습니다
앞으로 걸어갑니다 아무것도 안 보여도
왼 다리가 더 길기에 시계 따라 돈답니다
삼각비 알고만 있다면 이 주기를 구할 텐데
― D75. 몇 번째 바퀴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