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2.26-26.03.04

by 김서하

끝끝내 비운 머리 가볍게 살아가고

무거운 가슴의 추 버리고 뛰어나가

목에 댄 칼날 덕분에 이 모든 걸 잘랐어

― A59. 더이상 한심하지 않아


명안이다 생각하고 내놓았던 내 해답은

흔하지만 놓쳐버린 한 문제에 무너지고

어째서 만능해결책은 존재하지 않는 걸까

― B62. 왜 해결이 안 되는 걸까


힐링이야 힐링이야 스스로를 세뇌하며

무엇도 안 하더라도 괜찮다고 위로해도

12시, 지나간 날짜는 죄책감을 찔러대

― E54. 신데렐라식 죄책감


낡을 대로 낡아 버려 삐걱이는 와이퍼가

송골땀 닦을 때마다 버스 안을 긁어댄다

다 삭은 관절의 신음이 십여 명도 닦아낸다

― E56. 사람을 닦아내는 와이퍼


절대로 안 올 거라 호언장담 했건만은

느닷없는 우레소리 내 오만함 묵살하고

폭우 앞 오도카니 서서 유일한 길 외면해

― A64. 40퍼센트의 도박


책 뒤에 숨은 걸까 배게 아래 놓은 걸까

손 안에 들고 있나 등 뒤에다 붙여 놨나

찾아도 안 보이는 이유는 처음부터 없어선가

― D31. 잃어버린 것이 있습니다


앞으로 걸어갑니다 아무것도 안 보여도

왼 다리가 더 길기에 시계 따라 돈답니다

삼각비 알고만 있다면 이 주기를 구할 텐데

― D75. 몇 번째 바퀴일까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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