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일장연설 이레를 훌쩍 넘어
가만가만 듣자하니 어느새 보름 지나
한 마디 끼어들기엔 네 행복은 귀하니까
― F99. 목소리만 들어도 좋아
믿습니까? 믿습니다. 진심으로? 진심으로.
그럼 왜? 믿으니까. 어떻게? 마음으로.
허어 참. 믿기 어려운데. 못 믿으니 어렵지.
― E15. 사소한 오해
피곤함 중과부적 낙타 등 부러진다
내일 휴일 기대 만발 기상 시간 오후 세 시
해 중천 저녁 거른 채 침대에서 끝나는 날
― D58. 머리가 안 돌아가
버스에서 내다보면 온 세상이 축축해서
땀 한 방울 비 한 방울 창문 따라 주륵주륵
희뿌연 문밖에 닿아 습온함에 잠긴다
― F96. 어느 봄비 내리는 날
고속도로 아래에서 차 소리에 잠겨있음
육중한 소음 속에 홀로 나만 깔린 채로
비처럼 우르릉대며 계속해서 흘러갈 뿐
― B73. 고속도로 교량 아래
내일이 종말이라도 일하러 가야 할까
어제나 내일이나 무의미한 노동인데
한 그루 나무만도 못한 땀방울을 묻는다
― D69. 사과나무는 차라리 나을 텐데
일단은 저까지만 힘내서 해보자고
어느새 다다랐지만 정작 내 목표는
어딨나 지도 펴보면 펴지 말걸 후회돼
― D76. 보지도 말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