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눈이 부르짖어 감아 달라 감아 달라
단호히 거절했어 내일이 싫었거든
그러나 눈 깜빡일 새 다음날은 오고 말아
― A65. 나와 눈의 협상장
한껏 기대했다 못 미침에 낙심하고
무용한 멋진 계획 한숨에 삭제되어
뭉실한 안개 가득해 머릿속이 하얗네
― E55. 누구나 계획이 있는데
모처럼의 휴일이라 하루종일 누운 채로
아픈 눈만 꾹 누르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
뭐 하나 쓸 말이 없네 한심하기 짝이 없어
― D77. 벌써 다 떨어진 거야?
버려진 검은 우산 늦은 밤 굴러다녀
앙상한 쇠 손가락 피부도 잡지 못해
안부터 눈물 채우며 잎 하나를 친구 삼네
― F87. 아슬아슬한 두 절친
좋은 것과 나쁜 것에 순위를 매기라고
자꾸만 헷갈리면 분야별로 나누라고
분해와 재조립 속에 남는 것은 혼란뿐
― B71. 점수 매기기
머리를 질끈 쥐고 머리를 잡아 뜯고
미쳤지 내 미쳤지 얼얼하게 후회하고
두 손을 아니 이 두뇌를 잘라내고 싶어라
― C59. 후회하고 후회하고
왜 하날 진득하니 하질 못해 일을 벌려
몸뚱인 숨가쁜데 쌓인 일은 타들어가
매캐한 썩은 꿈의 냄새 퀴퀴한 게 이 몸 같아
― D74. 샤워라도 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