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3.26-26.04.01

by 김서하

오늘, 이곳에선 백목련이 맺혔어요

당신 가는 길 옆에도 목련 나무 심겼나요

오가며 흰 꽃을 찾아 멈춰서서 지켜봐요

― F92. 곧 당신처럼 될 테니까요


꼿꼿이 솟았다가 탐스럽게 풀어지는

목련꽃 하얀 자태 게걸스레 탐미하고

툭 하고 떨어질 때만을 간절하게 기다려

― F94. 항상 올려다 봅니다


이것도 꼭 해야지 저것도 꼭 해야지

장바구니 담은 것은 셀 수 없이 많았는데

결국에 시간이 났을 때는 하고픈 게 없구나

― D78. 다 어디에 둔 걸까


발치를 내려다봄 떨어질 길 한참이야

가까운 마지막을 내 발로 내딛을까

가볍게 돌아서서는 한 발 걸쳐 앉아 보자

― C17. 이렇게 간단할 수가


못 잔 잠이 차곡차곡 내 몸 위로 수북하고

제방이 터져나가듯 쉬는 날에 몰아닥쳐

잠긴 채 잠만 자면서 허무하게 시간 버려

― B66. 아껴놨는데


오늘도 까먹었네 내일은 꼭 해야지

그렇게 미뤄오길 벌써 일주일째

날마다 실망하면서도 내일도 또 잊었어

― D66. 오늘도 까먹었네


거짓으로 면피하며 부름을 거절하자

날 찾는 이 영리해서 도망인 걸 알아채고

멱살을 비유적으로 쥐고선 질질 끌며 날 데려가

― B77. 날 잘도 찾는구나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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