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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라헬 Dec 21. 2024

25분이요? 절대 안 됩니다! 악! 도와주세요!

“미등록 출입증입니다! 미등록 출입증입니다!”     


이런 망할. 

회사 문이 안 열린다.     


그러니까,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면….     


화장실을 잠깐 다녀온 사이

회사 문이 닫혔다.      


정확히 말하자면, QR 시스템이 오류를 일으켜 

문이 잠겨버린 것이다.     


공용 오피스를 사용하는 분들은 알 것이다. 

앱을 켜 QR코드를 찍어야 입장이 가능하다.      


내가 뭔가 잘못했나 싶어 휴대전화를 다시 확인했다. 

앱도 제대로 켰고, QR코드도 똑바로 찍었는데

기계는 똑같은 톤으로 똑같은 말을 내뱉는다.     


“미등록 된 출입증입니다!”

[알았다! 이놈아!]     


현재 시각, 새벽 1시 20분. 


공용 오피스 안에는 나를 포함해 

딱 세 명이 남아 있다.     


예전에 밤 간식을 나눠주셨던 남자 대표님은 

이어폰을 끼고 복사기 앞에 서 계셨다. 


딱 봐도 업무에 몰두 중이다.     

 

한편, 매일 늦은 시간까지 일하시는 여자 대표님은 

회의실에서 열심히 일 중이신 듯했다.     


[커다란 유리 벽 너머로 회사 안이 보이는 구조입니다.]     


문 열어 달라고 소리치기도 뭐해서

어쩔 수 없이 보안업체에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몇 번 울리고 나자

수화기 너머로 차분한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세요, 보안센터입니다.”


“안녕하세요, QR 코드 시스템이 고장 난 것 같아요. 

사무실에 들어가야 하는데 문이 안 열려요.”     


“아, 많이 당황하셨겠어요. 

금방 처리해드릴게요. 

도착까지 25분 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     


“25분이요?”     


25분? 

절대 못 기다린다.  

   

할 일이 산더미다. 

내일 오전에 외부 업체와 미팅이 예정되어 있는데

그 전에 끝내야 할 작업이 너무 많다.      


난 문을 두드리며 

“문 열어주세요! 대표님!”을 외치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친분은 없다. 글로 써서 이 정도지 

고라니처럼 문 열어 주세요오옥!!! 

워어억!!! 대표님!!!

이러면서 빽빽 소리 질렀다.]     


고요했던 공간이 나 때문에 

한순간에 소란스러워졌다.     

내 소리를 들으신 여자 대표님이 

회의실에서 나와 문을 열어 주셨다.     


혼자였으면 어쩔 뻔했는가….     


[엉엉. 있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대표님.

그 와중에 남자 대표님은 

이어폰을 끼고 계셔서 아무것도 모르셨다.]     


정말 출근부터 퇴근할 때까지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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