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록 출입증입니다! 미등록 출입증입니다!”
이런 망할.
회사 문이 안 열린다.
그러니까,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면….
화장실을 잠깐 다녀온 사이
회사 문이 닫혔다.
정확히 말하자면, QR 시스템이 오류를 일으켜
문이 잠겨버린 것이다.
공용 오피스를 사용하는 분들은 알 것이다.
앱을 켜 QR코드를 찍어야 입장이 가능하다.
내가 뭔가 잘못했나 싶어 휴대전화를 다시 확인했다.
앱도 제대로 켰고, QR코드도 똑바로 찍었는데
기계는 똑같은 톤으로 똑같은 말을 내뱉는다.
“미등록 된 출입증입니다!”
[알았다! 이놈아!]
현재 시각, 새벽 1시 20분.
공용 오피스 안에는 나를 포함해
딱 세 명이 남아 있다.
예전에 밤 간식을 나눠주셨던 남자 대표님은
이어폰을 끼고 복사기 앞에 서 계셨다.
딱 봐도 업무에 몰두 중이다.
한편, 매일 늦은 시간까지 일하시는 여자 대표님은
회의실에서 열심히 일 중이신 듯했다.
[커다란 유리 벽 너머로 회사 안이 보이는 구조입니다.]
문 열어 달라고 소리치기도 뭐해서
어쩔 수 없이 보안업체에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몇 번 울리고 나자
수화기 너머로 차분한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세요, 보안센터입니다.”
“안녕하세요, QR 코드 시스템이 고장 난 것 같아요.
사무실에 들어가야 하는데 문이 안 열려요.”
“아, 많이 당황하셨겠어요.
금방 처리해드릴게요.
도착까지 25분 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
“25분이요?”
25분?
절대 못 기다린다.
할 일이 산더미다.
내일 오전에 외부 업체와 미팅이 예정되어 있는데
그 전에 끝내야 할 작업이 너무 많다.
난 문을 두드리며
“문 열어주세요! 대표님!”을 외치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친분은 없다. 글로 써서 이 정도지
고라니처럼 문 열어 주세요오옥!!!
워어억!!! 대표님!!!
이러면서 빽빽 소리 질렀다.]
고요했던 공간이 나 때문에
한순간에 소란스러워졌다.
내 소리를 들으신 여자 대표님이
회의실에서 나와 문을 열어 주셨다.
혼자였으면 어쩔 뻔했는가….
[엉엉. 있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대표님.
그 와중에 남자 대표님은
이어폰을 끼고 계셔서 아무것도 모르셨다.]
정말 출근부터 퇴근할 때까지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