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시간 전, 출판계 100인 모임에 다녀왔다.
모임 장소는 마포구였다.
[이쯤 되면, 제가 뭐 하는지 다들 궁금하시죠?
그동안 일부러 말 안 했습니다. 다음 주, 개봉박두. 둥 탁!]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타트업을 시작하고 참석한 모임 중
제일 재밌었다.
사업을 하다 보면 가기 싫은 자리에
시간을 내서 가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게 참 스트레스였다.
[솔직히 다들 그런 경험 한 번씩은 있잖아요!]
그런데 이 모임은
꼭 가고 싶다고 생각한 모임이었기 때문에
기대가 컸었다.
출판사 대표님들, 작가님들, 인쇄업 대표님들
번역가님들, 굿즈 제작자님들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그리고 그 속에 앉아 있는
삐약 삐약 병아리! 바로 나! 유라헬! 얼쑤!]
네트워킹 빙고 게임을 했다.
게임 규칙은 이랬다.
자리를 옮기며
최대한 많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눈 후
개인이 가지고 있는 스티커를 교환한다.
스티커에는 ‘철학’, ‘문학’, ‘에세이,’ 등
다양한 장르가 적혀있는데
그걸 빙고판에 붙이고
단체 빙고 게임을 하는 거였다.
난 열심히 날 소개했다.
[저는 28살이고요! 대표입니다! 특기사항은 라면을 잘 먹습니다!
요즘 최애 라면은 짜x게티에 불x볶음면 섞은 라면입니다!
물론, 이렇게 이야기 안 했습니다. 껄껄.]
28살, 어린 대표.
감사하게도 많은 분이
우리 회사에 큰 관심을 보이셨다.
“어머, 명함 하나 주세요!”
“회사 어디에 있어요?”
“몇 살이에요?”
그 결과….
스티커를 못 모았다.
지금도 의문이다.
그렇게 많은 분이 내 자리에 왔다 가셨는데
왜 못 모은 지 모르겠다.
[모르긴 뭘 몰라!
스티커가 아니라 명함만 교환했으니까 그러지.
명함 50장 넘게 들고 갔는데 증발했다.]
내 머리에 비상등이 울렸다.
[이 바보야! 스티커에 집중했어야지.
1등 상품은 무려 한강 작가님의 전집.
2024년도 내 최고의 업적이 될 기회가
날아가기 일보 직전이다.]
난 무작정 일어나서
다른 테이블로 향했다.
그리고 거기에서 은인들을 만났다.
“어머, 스티커가 이게 뭐람!”
“빨리 이거 붙여요!”
“백지가 오히려 좋아! 같은 장르 몰아 줄게요.”
[외향인 테이블에 안착한 유라헬.
완전 럭키비키잖아!]
‘문학’ 장르를 몰아 받은 덕에
빙고게임에서 2등을 했다.
앞에 나가서 마이크를 잡고
회사 소개를 했다.
[떨지 않아! 난 어른이니까!
디스 이즈 쇼타임! 하이! 마이네임 이즈 유라헬.]
회사 소개를 마치자
2등 상품으로
책 8권을 받았다.
표지가 아름다운 책들이었다.
행복했다.
나에게 ‘문학’ 장르를 몰아주신 분들은
자기 일이 아닌데도
함께 축하해 주셨다.
[책 선물해주신 출판사 대표님 감사합니다.
제가 안착한 테이블의 외향인 분들과 나눴습니다!]
모임이 끝나고 홍대 번화가를 걸었다.
2024년, 마지막 주말을 즐기기 위해
많은 20대가 홍대 거리로 나와 있었다.
‘부럽다.’
이런 생각도 잠시.
난 그들 틈에서
노트북을 켜고 일을 시작했다.
난 울지 않아.
난 인복이 많은 럭키비키한 유라헬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