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혼자의 계절을 잘 통과하는 법
어느새 계절이 바뀌었다.
낙엽이 진 자리에 바람이 머물고,
창밖 풍경이 느릿해질수록 내 마음도 조금 조용해졌다.
요즘처럼 계절이 바뀔 때면,
혼자인 것이 유난히 선명하게 느껴진다.
길거리엔 둘씩 셋씩 모여 걷는 사람들,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줄 누군가가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
그런 감정이 살짝 스쳐 간다.
하지만 혼자의 계절을 두려워하지 않기로 했다.
외로움을 부정하지 않고,
조금은 쓸쓸할 수 있다는 걸 인정하면서
나는 내 방식대로 이 계절을 통과하고 있다.
따뜻한 허브티와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는다.
밤엔 다소곳하게 이불을 퍼고, 향초를 켠다.
작은 것들이 나를 지켜준다.
아무것도 바꾸지 않아도 괜찮은 하루가 있다.
혼자라는 건 공허함이 아니라,
비워낼 수 있다는 여유다.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흘려보내며,
텅 빈 시간 속에서 나 자신을 회복한다.
어떤 계절은 사람들과 함께여야 따뜻해지고,
어떤 계절은 혼자여야 오히려 단단해진다.
이 겨울이 조금은 길게 느껴질지라도
나는 안다.
그 끝에는 꼭 봄이 온다는 걸.
혼자의 계절을 잘 통과하는 법은
나를 더 많이 쓰다듬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나에게 가장 따뜻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