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우울증 진단 초기, 나의 기록
7월 29일, 월요병
일단 어제는 너무 피곤해서 자느라 정신없어서 기록을 안 남겼다.
오늘도 세 번 넘게 깼는데, 적정한 수면 온도를 못 찾아서 그런건지 뭔지 모르겠다. 그래서 일어나니 기분이 너무 안 좋았는데 내일 휴무라는 걸 생각하니 좀 낫다. 출근해서 먹을 달달한 음료와 시원한 에어컨 등 좋은 것들이 날 많이 기다리고 있을 거야. 그리고 지금 다시 자도 한 시간은 더 자도 돼!
근데 회사는 가기 싫다. 아마 직장인의 고질병이겠지? 돈 벌기 참 어렵다. 하는 것도 없는데 가기 싫은 이유는 뭘까? 이럴 때마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고민과 두려움이 찾아온다. 그래도 2년 뒤에, 아니 살다 보면 당장 언제라도 생각이 바뀌고 어떤 새로운 길이 나올 수 있을 거야. 사서 고민하고 고통스러워하지 말자.
책상을 꾸미니 조금 낫다. 일하기 싫어서 일하기 싫은 상태로 하루를 보냈다. 막판에 일이 몰아쳤지만 그래도 괜찮아. 내일 휴가니까! 집 와서 조금 자고 설거지는 미뤘다. 잠을 진짜 조금 잤는데, 너무 말똥해서 스트레스다. 푹 자고 싶다.
7월 30일, 병원을 옮김
쉬는 날인데도 마음이 불편한 이유는 뭘까. 약을 아직 안 먹어서 그런가.. 새 병원에 가서 이야기 해야지. 밥 먹고 약 먹어야겠다. 생각이 많아진다. 적당히 먹고 살면 된다고 생각하다가도 욕심은 끝이 없고, 안정성과 돈에 대한 욕구가 치솟고 다시 불안해지고..
낮잠을 자고 새로운 병원에 가서 검사와 진료를 받았다. 상태가 안 좋다는 사실에 나를 더 잘 돌봐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병원을 바꾸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에 들어서 좋다. 잘 살아보자.
7월 31일, 상태가 괜찮다.
약을 바꿔서 입면이 금방 됐다. 중간에 두세 번 깨긴 했는데 다시 잠들었다. 지금 이른 새벽이긴 하지만 과하게 피곤하거나 기분이 나쁘진 않다. 조금만 자고 다시 일어나야지.
병원에서 중요한 건 하루를 잘 사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하루에 충실한 삶을 살자. 출근도 어쨌든 한 번 잘 해보는 거야!
신기하게도 상태가 좋아서 너무 다행이다. 잘 맞는 병원에서 받은 솔루션 하나로 이렇게 상태가 괜찮아도 되나? 당연히 되지. 수요일이라 그럴 수도 있고. 아무튼 지금 상태가 너무 좋다. 긍정적이다.
여유롭게 일을 하자, 싶다가도 갑자기 일이 생기니 좀 갑갑해졌다. 그래도 긍정적인 마인드를 챙기자. 모르는 일이나 할 일이 몰아치면 답답하지만, 어쨌든 하나씩 해야 하니 급하게 생각하지 말자. 비교도 하지 말고 스스로 정신 차릴 수 있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