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우울증 진단 초기, 나의 기록
8월 15일, 엉성해도 괜찮으니까
미약한 두통이 며칠 째 있다. 어제 이른 저녁에도 자고, 약 먹고 아침까지 자니 엄청 개운하다. 물론 깨긴 했다. 그냥 뭐 감정의 요동이나 불안 등을 떠나 내가 나를 사랑할 수 있어서 좋다. 나는 나를 사랑한다. 엉성하고 조금 이상한 모양이어도 아름답고 귀엽다.
8월 21일, 과호흡? 불안?
오랜만에 기록을 한다. 바쁘기도 했고 전반적으로 괜찮아져서 글을 잘 안 썼다. 그런데 지난주부터 있던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갑자기 가빠질 것 같은 느낌, 숨 막히는 느낌이 심하다. 그런 생각이 든다. 또 자기 전에 누워있으면 막연하게 불안해져서 빨리 저녁약을 먹고 싶어진다! 정말 의문이다.
우울증 초기 내 기록을 여덟 개의 조각으로 나누어 다시금 돌아보고 남겨봤다. 불안에 시달리던 때가 새록새록 기억이 난다. 온몸에 소름이 돋은 상태가 기본값이었던 그때. 새벽에 깨는 건 지금도 가끔 있지만, 당시에는 훨씬 더 많은 시간 동안 고통스러웠지.
괜찮다고 애써 스스로를 달래는 모습이 애잔하기도 하고, 과거의 내가 어쨌든 지금까지 잘 살아왔다는 사실이 기특하기도 하다. 물론 집안일이나 설거지, 빨래 같은 것들은 여전히 귀찮지만.. 하하.
아무튼 이렇게 돌아보니 어떻게든 살아보고자 이것저것 기록했던, 어린 나를 토닥여주고 싶어진다. 그리고 지금도 살고자 아둥바둥 열심히 애쓰는 모든 이들에게 잘하고 있다고, 괜찮다고 이야기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