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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노동이 운동이 되는 삶

by 라이프스타일러

의식동원(醫食同源)은 약과 음식은 근원이 동일하다는 뜻이다. 선별, 축출, 정제, 농축, 배합 등의 과정을 통해 쓰임에 따라 달라질뿐이다. 운동과 노동 역시 마찬가지다. 운노동원(運勞同源)이다. 같은 근육도 쓰임에 따라 운동이 되고 노동이 된다. 같은 작업을 해도 어떤 때는 운동이 되고 어떤 때는 노동이 된다. 몸이 견뎌내면 운동이 되고 근육이 된다. 견뎌내지 못하면 노동이 되고 쇠약해 진다. 힘든 일을 견디려면 몸이 설득 돼야 한다. 근육에 생각을 심어주면 된다. 생각하는 근육이 주체가 되면 노동은 운동이 된다. 소극적인 움직임이 적극적인 활동으로 변하면 근육은 운동을 통해 성장하고 강화된다.


뇌는 인체가 에너지를 아껴 쓰도록 조정한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에너지를 비축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생명을 안전하게 보존하기 위해서다. 근육의 움직임에 필요한 에너지도 최소화한다. 작업할 때도 최소한의 동작으로 수행하는 것이 기본적인 뇌의 지침이다. 생명 보존을 전제로 에너지를 사용하게 되면 노동이 운동으로 전환되지 못한다. 의식적으로 깨야 한다. 동작을 크게 하고 천천히 하면서 근육에 부담을 주어야 한다. 에너지가 많이 소모돼야 한다. 노동은 에너지를 잘게 배분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피로가 쌓인다. 운동은 에너지를 집중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피로가 풀린다.


근육이 전달하는 신호에 예민해야한다. 근육이 잘 먹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런 느낌을 받아도 모르고 넘어가기도 한다. 근육의 움직임이 좋으면 무게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고 지속가능하다. 근육은 운동을 먹고 자란다. 운동이 근육을 키우도록 해야 한다. 느낌이 좋지 않을 때는 근육이 후들거린다. 끌려가는 수동적인 형태를 보인다. 작은 움직임에도 근육 손상이 생긴다. 노동 강도를 낮추거나 휴식해야한다. 물건을 들어 올릴 때 힘이 근육에 실리는 느낌이 드는 게 좋다. 물건에 실리는 느낌이 들면 힘의 사용이 잘못된 것이다. 근육이나 인대 뼈에 무리가 생긴다. 손목 발목 허리는 쉽게 손상을 입는다. 어깨 허리 옆구리에 담이 오기도 한다. 근육에 고르게 힘이 분산돼야 안전하다. 갑작스런 동작이나 특정부위에 대한 일시적 힘의 집중은 근육과 신경 뼈가 감당하기 어렵다.


마구잡이로 일을 하면 육체가 망가질까 강해질까 궁금했다. 여러가지 방법으로 근육을 혹사 시켜봤다. 다음날과 다음날까지 엄청 뻐근했다. 그뿐이다. 미리 두려워 하지 않아도 된다. 경험해 보면 답을 얻을 수 있는데 상상만 하니까 불안해진다. 상상이 행동을 지배하면 안된다. 행동이 없는데도 경험한 것처럼 느낀다. 상상이 행동을 통제하기 전에 신체를 움직여야 한다. 상상이 전해 주는 정보가 아니라 신체의 움직임이 전해 주는 정보를 뇌가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노동이 운동이 되는 것은 몸이 증명할 수 있다. 몸이 증명하려면 스스로 실험 대상이 되어야 한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없다고 하듯이 고통없이 성장하는 근육이 있을 리 없다. 신체가 먼저 움직여 노동을 운동으로 받아 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상상이 행동을 대신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선반에 상품을 올려 놓는데 병이 챠라락 부딪히며 소리를 낸다. 샹들리에가 어우러지 듯 풍경이 바람결 따라 흩뜨려지 듯 싱잉 볼의 여운을 남긴다. 맑은 소리에 기분이 좋아지자 몸이 가벼워졌다. 노동이 운동이 되려면 근육이 움직이는 범위가 넓어야 한다. 움직임은 천천히 하는 것이 좋다. 근육이 천천히 움직이면 근육의 움직임을 지지하려고 힘이 들어간다. 힘이 들어 가면 근육이 알아 차리게 된다. 알아 차린다는 건 근육에 생각이 들어 가는 걸 말한다. 생각하는 근육은 운동으로 전환된다. 연결된 근육 전체를 사용하지 않는 소소한 움직임은 운동으로 인식하기 어렵다. 뇌가 일상적인 생활의 움직임으로 판단해 근육 보강 활동을 하지 않는다. 운동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 근육이 버틸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야 근육이 성장한다. 무리하게 넘어서면 근육이 파열되거나 인대가 늘어나거나 뼈가 손상을 입을 수 있다. 근육이 활동을 받아 들일 준비가 되었을 때 작업을 해야 안전하다.


걷기는 운동이 되기도 하고 노동이 되기도 한다. 만보를 걷는데 한 시간 반정도 걸린다. 점심시간을 빼고도 9시간 대부분을 서있거나 걷는다면 꽤 많은 걷기가 된다. 그럼에도 9시간 동안의 걷기는 노동이 될 뿐 운동이 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근육의 움직임이 일상의 생존 활동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운동이 되려면 보폭이 더 커지고 힘이 들어가 근육을 자극해 주어야 한다. 뇌가 움직임을 의식하지 못하는 근육 활동은 생존을 위한 활동으로 분류된다. 작업 때 걷기는 그냥 노동에 불과하다. 운동 삼아 산책로를 천천히 걷는 경우가 있다. 산책이 마음의 위로는 될 수 있으나 운동이 되지는 못한다.


상품을 진열하는 랙곤돌라 높이는 약 2.1미터다. 곤충이 머리, 가슴, 배로 나눠지 듯 진열대도 발목, 무릎, 골반, 가슴, 머리로 높이가 나눠진다. 골반 높이가 상품을 진열하기에 가장 편한데 비어 있는 때가 별로 없다. 다음으로 편한 곳이 가슴, 무릎, 머리, 발목 높이 순이다. 선반의 높이에 따라 써야할 근육 부위도 달라진다. 근육에 들어가는 힘도 달라진다. 단련되는 근육 부위가 다르다. 키우고 싶은 근육을 사용하려면 해당부위로 작업해야 한다.


근육 사용이 어색할수록 쓰지 않던 근육을 쓰고 있는 것이다. 어깨 높이 아래에서 상품을 진열할 때는 팔꿈치에서 시작해서 손목까지 연결된 전완근이 활용된다. 전완근에 많은 힘이 들어가며 수축을 반복한다. 어깨 높이 위로 진열할 때는 팔뚝과 어깨에 있는 이두근과 삼각근에 무게 중심이 옮겨 가고 힘이 들어간다. 팔뚝 에 붙어 있는 이두근의 볼륨은 남성다움의 상징성이 있다. 남성이 나시 티셔츠를 입는 이유는 바로 이두근을 보여 주기 위함이다. 상품을 어깨 높이 위로 들어 올릴 때는 상체의 근육을 사용하여 끌어 올리 듯 한다.


허리를 숙여서 들 때와 허리를 낮추어 들 때 역시 쓰이는 근육이 달라진다. 허리를 숙이면 복부 근육을 사용하게 된다. 허리를 낮추면 허박지 근육을 사용하게 된다. 가벼운 상품은 허리를 숙여서 들어도 되지만 무거운 상품은 반드시 허리를 낮춰야 한다. 자세를 바르게 해서 근육을 사용해야 안전하다. 자세가 불안전하면 특정 부위에 과도한 자극을 줄 수 있고 신체에 이상이 발생될 수 있다. 높이에 알맞게 안전한 자세로 근육을 사용하면 전신의 근육이 균형 있게 발달된다. 신체는 경험에 의해 익숙해진 근육을 먼저 사용한다. 무의식에서 자동으로 지시한다. 가장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는 효율의 방식이다. 의식적으로 근육을 쓰지 않으면 쓰던 근육만 쓰게 된다. 의식해서 동작 반경을 크게 하고 천천히 움직이면 노동이 운동으로 전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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