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란 이불이다’ 박완서 작가님이 그랬다.
추울 때는 끌어당겨 덮고 더울 때는 발로 차여지는 이불이 딱 부모의 모습이라고...
힘들고 고달픈 순간에도 멈출 수 없고 포기해서는 안 되는 것이 부모 마음가짐이다. 배고프지 않게, 힘들지 않게, 아프지 않게, 놀라지 않게... 쉼 없이 걱정하고 챙겨준다. 우리는 동반자를 만나 가정이라는 기업을 일구고 그 안에서 동업자로서 CEO 역할을 하면서 가정을 꾸려나간다. 그 속에서 어떨 때는 가장이 되고, 남편이 되고, 아버지가 되면서 가정을 끝까지 지탱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내 인생은 아버지가 되면서 큰 변곡점을 지났다.
그동안 내가 꿈꿔오던 삶의 목표와 목적이 수차례 흔들렸다. 아버지가 되면서...
이러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갈등하는 나는 그 답을 신앙에서도 찾으려고 해보고, 앞서 살아온 부모에게서 찾아보려고도 해보고, 책을 통해서도 찾아보려고 시도해보았다. 그래도 채워지지 않는 내 삶의 가치와 목표에 대한 확신은 더 커졌다. 나중에서야 내가 내린 결론은 ‘아빠가 되기 위한 오리엔테이션이 없었다’ 는 것이다. 엄마는 그래도 조금 낫다. 왜냐면 임신과 출산을 통해 육아라는 단계로 연결되기 때문에 사전에 많이 정보를 얻고, 준비하고, 배우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빠가 되는 사람들은 일단은 손 놓고 있는다. 임신과 출산은 내 분야가 아니기 때문이고 육아는 아직 나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가 육아에 부딪히면 나와는 맞지 않는 것으로 단정하며, 서서히 육아와 멀어지기 위한 변명을 만드는게 낫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른다. 그러면서 육아는 아빠와 엄마간의 보이지 않는 핑퐁게임이 되면서 부부관계도 서서히 멀어지게 된다.
직업인으로서 첫 발을 내딛기 전에 우리는 사전 진로탐색을 하고, 관련 직무에 관한 정보들을 습득하고, 입사와 동시에 오리엔테이션을 통해서 조기에 잘 적응하고 기업의 일원으로서 회사가 나아가는데 일조를 하기를 바란다. 철저한 선발과정을 통해서 입사하게 된 인재를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우리 군대도 마찬가지다. 입대한 이등병은 6주라는 신병교육을 통해서 사회와 군의 문화차이를 받아들이고 적응할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자신의 부대에 배치를 받고서도 ‘전입신병 관리모델’에 따라서 마찬가지로 우리 부대의 전투원으로서 전투력 발휘를 위해 일조하기를 바라면서 적응을 도운다.
아빠들이여~ 그 때가 오면 이미 늦었나니~ 총도 없이 육아전쟁터를 나가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지금부터라도 공부해서 나만의 육아철학을 확립해야 한다.
앞서 얘기한 박완서 작가님의 얘기를 다시 인용하자면... 부모라는 표현을 썼다.
부, 모는 인적사항 란에 이름, 나이, 직업을 쓸 때만 나뉘지 그 외에는 모두 부모다.
공동CEO, 공동책임, 공동육아임을 잊지 말자.
∫ 부모는 끌어당겨지거나 차여져야 한다.
진화의 관점으로 볼 때 번식의 목적은 영원히 살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이 투영된 것이라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먼저 자식은 나의 반쪽 유전자를 물려받았다. ‘피는 못 속인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처럼 내 피가 흐르고 있다. 그리고 자식을 통해서 내 못다 이룬 꿈과 소망을 이루기 위해 생각과 가치관을 주입한다. 결국 내 뜻대로 자식은 순종해서 살아감으로써 내가 죽더라도 나의 분신이 또 다른 나로 살아가는 모습을 꿈꾼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아이를 위한다는 명목을 앞세워서 부모의 뜻대로 성장시키기 위해 갖가지 방법을 동원한다. 아이는 주도적으로 생각하고 선택할 자유가 없다. 추워서 이불을 당기고 싶은데, 이불은 미동도 없다. 또 너무 더워서 이불을 걷고 싶은데 숨이 턱턱 막힌다.
부모는 아이에게 조언을 해주고 안전한 울타리 속에서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다려줘야 한다. 나도 반성하는 게 어느 순간 아이에게 각종 공을 사주고 공에 친숙해지도록 하는 등 어떻게든 스포츠선수로 키워야겠다는 내 잠재의식 속 꿈을 투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놀이터에 애들이 모이면 항상 먼저 묻는 게 있다. ‘몇 개월이에요?’ 그 다음은 그 아이와 우리 아이를 비교한다. 덩치, 키, 걸음마, 사회성, 말 등에 대해서 순식간에 분석을 마친다.
행여나 우리 아이가 상대적으로 뒤처진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생기면 (아니 생길 수밖에 없다.) 그 날부터는 각종 특훈이 시작된다.
그래서 나는 되도록 몇 개월이냐는 질문 자체를 안 하려고 한다. 그렇게 되면 부모들끼리 할 얘깃거리가 없지만, 벌써부터 아이에게 누군가와 비교 당하게 하고 싶지 않다.
아이의 개성을 존중해 주고 싶은 마음이다.
그래서 가끔은 아이의 손에 이끌리는 대로 가보려고도 한다. 그리고 아이에게 어떤 행동을 할 때면 혼자서 먼저 고민해본다.
‘혹시 이건 내 욕심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