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직업으로 인해 누군가에게 존경과 배려를 받아본 적이 있는가?
대체로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서 우리는 배려를 하고, 명예로운 일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존경을 보낸다.
미국 군대를 보면 그런 사례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국가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 지금도 자신의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는 그들에 대해서 국민들은 무한한 존경과 감사와 배려를 보이는 모습들을 동영상을 통해서 자주 볼 수 있다.
내가 홀로육아를 시작하면서 여름휴가를 받았을 때 아들과 단 둘이 강원도 화천에서 부산까지 대중교통을 타고 내려가는 길이 그랬다.
막 걷는 재미를 알고 잠시라도 가만있지 못하는 18개월 된 아들과 함께하는 6시간은 정말이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힘든 순간이었지만, 처음으로 배려와 감동을 느낀 하루였다.
한 손에는 캐리어를 끌고, 한 손으로는 아들을 안고서 지하철을 탔더니
자리를 양보해주시는 어머님이 계셨고...
주변 승객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으려고 아들과 밀당을 하는 나에게 ‘아빠가 애를 정말 잘 보내요! 아빠가 혼자서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게 대단해요’라며 격려해주시는 어머님도 계셨고... 길어지는 이동시간에 짜증내는 아들을 달래느라 진땀 빼고 있는 나에게 달콤한 사탕으로 지원사격을 해주시는 옆자리 할머니도 계셨다.
그 분들은 ‘육아’를 알기 때문에 공감해주고 배려해주신 것이다.
육아는 얼마나 외롭고 고된 일인지를...
육아는 존경받아 마땅한 일이라는 것을...
육아는 공감해줄 때 힘이 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지금도 육아라는 전쟁을 치르고 계시는 모든 아버지, 어머니들께 무한한 존경을 보내고 싶다.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아시고, 포기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육아라는 돌풍에 좌초되는 난파선이 되지 말자
과거 원시 시대부터 유전되어온 남자는 경제를 책임지고, 여자는 육아와 가정일 전반을 책임지는 모습이 꽤 오랫동안 법칙처럼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다르다. 같이 경제활동을 하고, 재산도 공동명의로 하고, 가사도 공동으로 나눈다. 그렇지만 나눌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임신과 출산이다. 그래서 더 출산율이 저조한지도 모르겠다. 나도 어느 정도 기여한 책임이 있지만, 임신과 출산, 육아에는 관심이 크지 않았던 것 같다.
태교여행을 할 때 각종 준비부터 운전까지, 만삭촬영을 예약하고, 가끔 요리와 청소를 전담하고, 심신의 안정을 느낄 수 있도록 신경 써주는 것. 딱 여기까지만 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난 잘하고 있다고 자부했다.
그러나 정작 아내가 읽는 임신, 출산, 육아관련 서적들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안 생겼고, 가끔 읽어보면 좋겠다고 추천해줘도 내용이 뻔할 것 같다는 생각과 내가 생각하는 대로 해도 충분히 잘할 수 있다는 자만심으로 인해 책을 읽는 시늉만 했었다.
처음에는 문제가 없었다. 아니 아빠로서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다. 나는 내 나름의 양육방식과 어깨너머로 봐 왔던 모습이 있어서 충분히 잘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문제는 홀로양육을 시작하면서였다. 아이는 항상 똑같지가 않았다. 내가 생각하고 계획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아빠보다 한 수 앞은 내다보는 것 같았다. 육아의 주도권이 아이에게 있었다. 변화무쌍한 상황 속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항상 고민이 되었다.
내 양육방식에는 철학이 없었다. 내 행동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매번 물어보면서 대처하기에도 한계가 있었다. 바다 한 가운데 난파선을 타고 있는 것 같았다. 육아라는 폭풍우를 만나 점점 침몰하고 있었다.
그 때 처음으로 육아관련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육아서적을 읽으면서 배경지식을 쌓고, 아이의 행동을 관찰하면서 통계치를 내고 상황별로 맞춤식 대처요령을 쌓아가면서 적응해 가기 시작했다.
그래도 육아는 힘들다. 하루에도 수십 번 생각한다. 육아하시는 분들은 정말 존경받아 마땅하신 분들이라는 것을...
지금도 길을 갈 때마다 아기 띠를 두르고 두 손 가득 장을 보고 가시거나, 등하원하는 아이들을 기다리시는 엄마들을 볼 때면 오늘도 고군분투하시는 모습이 진심으로 존경스럽다.
어쩌면 육아전쟁이라는 말이 육아와 출산에 대한 거부감과 두려움을 부추기게 되진 않을까 싶어서 조심스럽지만, 분명한 것은 그 속에서 느끼는 감동과 기쁨은 세상 그 어떤 선물보다 값지고 소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