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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축복빛나 Oct 21. 2019

Ep 1. 육아는 존경받는 일

내 직업으로 인해 누군가에게 존경과 배려를 받아본 적이 있는가?

대체로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서 우리는 배려를 하고, 명예로운 일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존경을 보낸다. 

미국 군대를 보면 그런 사례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국가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 지금도 자신의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는 그들에 대해서 국민들은 무한한 존경과 감사와 배려를 보이는 모습들을 동영상을 통해서 자주 볼 수 있다. 

내가 홀로육아를 시작하면서 여름휴가를 받았을 때 아들과 단 둘이 강원도 화천에서 부산까지 대중교통을 타고 내려가는 길이 그랬다. 

막 걷는 재미를 알고 잠시라도 가만있지 못하는 18개월 된 아들과 함께하는 6시간은 정말이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힘든 순간이었지만, 처음으로 배려와 감동을 느낀 하루였다. 


한 손에는 캐리어를 끌고, 한 손으로는 아들을 안고서 지하철을 탔더니 

자리를 양보해주시는 어머님이 계셨고...

주변 승객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으려고 아들과 밀당을 하는 나에게 ‘아빠가 애를 정말 잘 보내요! 아빠가 혼자서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게 대단해요’라며 격려해주시는 어머님도 계셨고... 길어지는 이동시간에 짜증내는 아들을 달래느라 진땀 빼고 있는 나에게 달콤한 사탕으로 지원사격을 해주시는 옆자리 할머니도 계셨다. 


그 분들은 ‘육아’를 알기 때문에 공감해주고 배려해주신 것이다. 

육아는 얼마나 외롭고 고된 일인지를...

육아는 존경받아 마땅한 일이라는 것을...

육아는 공감해줄 때 힘이 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지금도 육아라는 전쟁을 치르고 계시는 모든 아버지, 어머니들께 무한한 존경을 보내고 싶다.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아시고, 포기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육아라는 돌풍에 좌초되는 난파선이 되지 말자


과거 원시 시대부터 유전되어온 남자는 경제를 책임지고, 여자는 육아와 가정일 전반을 책임지는 모습이 꽤 오랫동안 법칙처럼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다르다. 같이 경제활동을 하고, 재산도 공동명의로 하고, 가사도 공동으로 나눈다. 그렇지만 나눌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임신과 출산이다. 그래서 더 출산율이 저조한지도 모르겠다. 나도 어느 정도 기여한 책임이 있지만, 임신과 출산, 육아에는 관심이 크지 않았던 것 같다.

태교여행을 할 때 각종 준비부터 운전까지, 만삭촬영을 예약하고, 가끔 요리와 청소를 전담하고, 심신의 안정을 느낄 수 있도록 신경 써주는 것. 딱 여기까지만 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난 잘하고 있다고 자부했다. 

그러나 정작 아내가 읽는 임신, 출산, 육아관련 서적들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안 생겼고, 가끔 읽어보면 좋겠다고 추천해줘도 내용이 뻔할 것 같다는 생각과 내가 생각하는 대로 해도 충분히 잘할 수 있다는 자만심으로 인해 책을 읽는 시늉만 했었다.

처음에는 문제가 없었다. 아니 아빠로서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다. 나는 내 나름의 양육방식과 어깨너머로 봐 왔던 모습이 있어서 충분히 잘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문제는 홀로양육을 시작하면서였다. 아이는 항상 똑같지가 않았다. 내가 생각하고 계획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아빠보다 한 수 앞은 내다보는 것 같았다. 육아의 주도권이 아이에게 있었다. 변화무쌍한 상황 속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항상 고민이 되었다. 

내 양육방식에는 철학이 없었다. 내 행동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매번 물어보면서 대처하기에도 한계가 있었다. 바다 한 가운데 난파선을 타고 있는 것 같았다. 육아라는 폭풍우를 만나 점점 침몰하고 있었다. 


그 때 처음으로 육아관련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육아서적을 읽으면서 배경지식을 쌓고, 아이의 행동을 관찰하면서 통계치를 내고 상황별로 맞춤식 대처요령을 쌓아가면서 적응해 가기 시작했다. 

그래도 육아는 힘들다. 하루에도 수십 번 생각한다. 육아하시는 분들은 정말 존경받아 마땅하신 분들이라는 것을... 

지금도 길을 갈 때마다 아기 띠를 두르고 두 손 가득 장을 보고 가시거나, 등하원하는 아이들을 기다리시는 엄마들을 볼 때면 오늘도 고군분투하시는 모습이 진심으로 존경스럽다.


어쩌면 육아전쟁이라는 말이 육아와 출산에 대한 거부감과 두려움을 부추기게 되진 않을까 싶어서 조심스럽지만, 분명한 것은 그 속에서 느끼는 감동과 기쁨은 세상 그 어떤 선물보다 값지고 소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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