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연두부터 겨울의 새하얀까지, 풍경이 나를 키운 시간
그 집에서의 2년은 내 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시간이었다.
창밖의 사계절은 매일 다른 그림을 그렸고,
나는 그 풍경 속에서 매일 새로 태어났다.
이사 온 첫날, 낯선 집의 향이 좋았다.
비가 갠 뒤라 공기가 유난히 맑았고,
창문을 열자 초록빛 산과 나무 냄새가 밀려들었다.
이전 집에서는 한 번도 맡아보지 못한 냄새였다.
그 집의 베란다는 사계절이 모두 들어오는 창이었다.
봄이면 연둣빛 잎이 터지고, 여름이면 잎이 가득 차 그늘이 생겼다.
가을에는 잎이 벌어지고, 하루가 다르게 단풍이 퍼졌다.
겨울이 되면 가지마다 눈이 내려앉아, 세상이 고요해졌다.
아침마다 커튼을 걷는 일은 작은 의식 같았다.
그날의 하늘빛과 나무의 색으로 마음을 정리했다.
‘오늘은 어떤 계절일까?’
아이를 깨우고, 도시락을 싸고, 출근 준비를 하면서도
그 창밖의 풍경이 하루의 리듬을 만들어줬다.
그때 나는 셋째를 임신 중이었다.
남편은 해외 출장으로 집을 비웠고,
4살, 2살인 아이들을 혼자 돌보며 출퇴근도 했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마음이 평온했다.
창밖의 풍경이 나를 대신 숨 쉬어주는 것 같았다.
겨울에는 종종 눈이 많이 내렸다.
눈이 쌓인 나무를 바라보다 보면
그 어떤 피로도, 외로움도 잠시 멎었다.
밖은 전쟁 같았지만, 창문 안쪽은 평화로웠다.
그 설경 속에서 아이들이 깔깔거리며 놀았고,
나는 커피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그 웃음소리를 가만히 들었다.
그 집에서의 2년은 내 인생에서 가장 뜨겁고도 고요한 시간이었다.
풍경이 나를 키웠다.
그 사계절의 집이, 내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