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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돌아온 지 딱 한 달이 지났다.
지난주 후배들과의 다녀온 강원도 여행을 끝으로 '서울 가면 해야 할 일' 들을 다 해치운 것 같다.
1. 운전면허 갱신하기
2. 여권 갱신하기
3. 세무서 다녀오기
4. 부동산 사무실 다녀오기 _ 나 없는 동안 진행되었던 임대 계약 확인하기
5. 가족 모임하기
6. 친정엄마 돌보기 _ 여행 떠난 오빠를 대신해 일주일 간 거의 매일 엄마께 다녀왔다
7. 홈플러스 방문하기 _ 오래전에 생긴 것인가 보다, 포인트 그거 소멸된다고 연락 와서 잘 가지 않았던 그곳을 일삼아 다녀왔다
8. 세탁기 AS 받기 _ 미국에 있는 동안 내 휴대폰 앱으로 그거 AS 받으라고 어찌나 알림이 자주 오던지..
9. 영종도로 이사 간 친구집 방문하기
10. 음악회 다녀오기 _ 혼자 가셔도 되는데 나 돌아오면 같이 가겠다는 선배님과 함께..(코피가 날 지경이다)
11. 은행에 다녀오기 - 한 네 번쯤 다녀온 것 같다. 엄마 재정 관리까지 하느라..
12. 귀뚫기 _ 지난 해부터 하고 싶은 일이었는데 손주 돌볼 때 방해될까봐 미루었었다.
이번에 돌아와서 뚫어버렸다. 며칠 지나니 하나 더 뚫고 싶어서 또 빵빵. 속이 후련하다 ㅎㅎ
그리고
13. 후배들과 강원도 여행하기
이런 일들을 지난 한 달간 처리하였다.
매일 공책에 메모해 가며 직장 다닐 때보다도 더 열심히, 촘촘하게 하루하루 일정을 짜고 할 일을 처리한다고 돌아다녔다. 그러고는 마지막 큰 일, 후배들과의 강원도 여행을 앞두고 쓰러졌다. 내가 운전해서 가야하는 건데...
비실거리면 안 되겠기에 냉큼 동네 가정의학과 의원으로 달려가 링거를 맞았다.
그랬는데도 다음날 교회 성가대에서는 립싱크를 했다. 몸이 아프다 못해 목이 쉬고 찟어질 듯 아파 침 한번 삼키려면 어깨에 힘을 주고 잔뜩 긴장해서 넘겨야했다. 월요일이 되니 더 죽을 것 같았다. 다시 병원으로.
또 링거를 맞았다.
그리고 이튿날 새벽, 좋아라 들떠있는 후배들, 한 집 한 집 들러 3명을 픽업하여 강원도로 향했다.
비는 왜 그렇게 쏟아지는 거야? 그런데도 후배들은 너무 좋단다 비와 바람과 안개와 가끔 해. 이번 여행 동안의 날씨였다. 사실 이 여행은 내가 제안, 지난 겨울에 약속했던 것이라 내 몸이 아프다고 취소할 수는 없었다. 몸이 아파도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기도 했지만, 사실 어서 빨리 숙제들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같이 여행했던 저들은 평생에 '잊지 못할' 즐거운 시간이었다며 며칠이 지나도록 그룹카톡에서 행복한 소감들을 늘어놓고 있지만, 사실 나도 그렇게 ~~~~ 좋을 수가 없다. 이제야 비로소 밀린 일들을 다 마쳤다는 홀가분함 때문이다.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게 되어 정말 좋다.
피아노도 열심히 치고, 책도 많이 읽고, 또 사람을 그리워하며 약속도 만들고 수요예배에도 착실히 참석하여 한결 성숙해진 신앙인이 되고 싶다.
그런데 말이다. 평범한 일상, 그게 가능할까?
이제 나의 평범해질 일상, 매일 매일의 이벤트를 짚어보자면,
화요일엔 피아노 레슨, 수요일은 오전엔 수요예배 오후엔 친정엄마께 다녀오기 (수요일은 꽉찬 날), 목요일엔 요리강습, 금요일엔 선배네 식당 도와주기, 토요일엔 자전거 타기, 일요일엔 교회 다녀오고 오후엔 친정엄마께 다녀오기(일요일도 꼼짝 못한다). 딱 하루, 월요일엔 아무 일정도 만들어 놓지 않았다. 청소하고 벌개벗은 체 집에서 게으르게 지내는 날이다.
그런데 이런 월화수수목금토일일일... 의 일상으로 언제 친구 만나고, 언제 조용히 도서관엘 가볼 수 있을까.
귀국 후 한 달간 수많은 일들을 처리하느라 결국 몸살이 났지만, 이제 다시 돌아간다는 '평범'한 일상도 막상 막하일 것 같다. 1주일이 7일 아니라 9일쯤 되면 좋으련만. 백수의 1주일, 7일은 친구도 만나고, 여행도 가고, 교양강좌도 들으러 다닐 며칠이 부족하다.
좀 조용하고, 심심하기도 한 은퇴자의 삶을 살려면 도데처 나의 평범'해야 할' 일상에서 뭘 빼야하는 걸까.
나는 그것이 진심으로 알고 싶다. 나 정말, 평범한 일상을 살고 싶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