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아이들 있을 때 라면을 먹고 싶어도 끓여 먹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라면의 MSG맛을 천천히 알게 해주고 싶은 마음과 세끼 끼니 때는 밥을 먹는 것으로 알아야 '때우는'듯이 먹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들 재우고 가끔 라면이나 비빔면을 끓여 먹는다. 야식으로 그다음 날은 속이 안 좋은 단점 때문에 요즘은 그마저도 잘 먹지 않지만 어제는 오랜만에 비빔면에 골뱅이를 얹어서 먹고 싶어서 남편에게 퇴근길에 사다 달라고 부탁했다. 이제 아이들이 다 커서 엄마, 아빠의 밥상을 탐내지 않을 거라는 생각과 함께 저녁은 간단하게 어른들의 한 끼로 비빔면을 먹기로 한 것이다.
비빔면이 매콤하니까 안 먹는다고 할 줄 알았더니 첫째가 쪼르르 오더니 자기도 조금 먹는단다. 양념은 눈곱만큼은 넣어달라는 주문과 함께 말이다. 한가닥 먹고 맵네, 먹을만하네, 우유 조금밖에 안 마셨네 하며 종알종알 거린다.
그 모습이 귀엽다.
오랜만에 먹는 비빔면 위에 골뱅이는 아이들 어릴 때 아이들과 전쟁 같은 하루를 보낸 후에 신랑이 끓여 비벼주던 포상음식이었다. 아이들 재우고 머리가 산발이 되고 부스스해서 방에서 나온 나에게 '오늘도 수고 많았다'라고 토닥여주는 그런 특별식인 셈이다.
둘이 아주 다정하게 말을 하며 먹는 알콩달콩 커플은 절대 아니지만, 그 마음은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전우애(?)가 싹텄던 비빔면.
매콤하기도 한 육아의 시간들이 아이들의 자라남을 옆에서 지켜보며 달달함 또한 느끼듯이. 우리의 시간들도 그렇게 감사하게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