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하는 아이로 키우는 법

-사랑하기에도 모자란 시간

by 행복반 홍교사

남편은 항상 내게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게 두지 않고 도와준다고 말한다. 어느 부분 맞기도 하다. 아이들이 하는 게 못 미더워서는 아니다. 그냥 해주고 싶고 안쓰럽고 그래서 자꾸만 신경을 쓰게 된다.


'착한 아이 콤플렉스'

아마도 이것 때문인 것 같다. 나는 어릴 때부터 착하다는 말을 듣고 자랐다. 그래서 착한 아이처럼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양보해야 한다고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뭐, 착해서 나쁠 건 없지만, 거기에 나를 먼저 사랑해 주고, 나를 먼저 소중하게 대해야 한다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 빠져 있었던 것이 문제였다.


조금씩 자라가면서 나를 먼저 돌봐야 한다는 것을 더욱 알게 되었지만 가까운 가족에게만큼은 자꾸만 습관적으로 '해주려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기꺼이 해 줄 수 있는 것은 하지만, 그 외에 나를 일방적으로 희생해야 하고, 헌신해야 하는 일들이라면 이제는 알려 주어야 한다. '엄마도 짜장면을 좋아한다'는 것을 말이다.


예전에 우리 친정 엄마는 우리를 위해 헌신하셨다. 그것이 누구를 위한 것이었을까.

정말 우리가 힘들지 않도록, 험한 일 보지 않도록 우리를 돌보시고 대신해 주셨던 것 같다. 그때는 참 좋았지만, 내가 감당해야 할 일들은 내가 하는 게 맞았다. 그렇게 했어야 나는 어른이 된 후에 조금 더 내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지금 내 삶을 수동적으로 살고 있냐 하면, 그렇지 않다. 나름대로 내 삶을 치열하게, 열심히, 나답게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조금 더 어릴 때 스스로 내 삶을 개척하는 방법을 알았더라면 무엇을 해야 할까, 어떻게 살아야 할까 방황하던 시간을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다행히 나는 완벽주의자는 아니다. 그리고 에너지가 많은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어쩔 때는 흘리기도 하고, 빠뜨리기도, 실수도 많이 하는 허당이다.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이다. 유치원 등원버스를 기다리는 둘째 아이의 물통을 내가 따로 들고 서 있었다. 태풍의 영향인지 아침부터 비바람이 몰아쳐서 우산도 쓰고 있었고, 어제 친구의 가방을 실수로 바꿔 메고 온 둘째가 친구 가방을 메고 있어서 우리 둘째의 물통은 내가 따로 비닐 주머니에 넣어서 들고 있다 차가 오면 건네줄 생각이었다.


등원차가 오고 손을 흔들고 떠나보냈는데,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내 손에서 흔들거리는 둘째의 물통.

'헉'

이미 유치원 차는 떠났고, 나는 둘째의 물통을 들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물통뿐만이 아니다. 젓가락, 숟가락도 씻어놓고 못 넣어 그냥 보낸 적도 있고 말이다. 이런 허당 엄마가 없다.


이제는 자기 물건 정리와 책가방을 스스로 챙겨야 하는 초등학생 첫째의 경우도 가끔 물건을 빼먹고 학교에 가는 경우도 있다. 내가 빠진 걸 그전에 체크해서 챙겨주기도 하지만, 나도 못 챙겼을 때는 첫째도 못 챙기고 그냥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녀와서 괜찮았는지 물어보면, 대부분 괜찮았다고 말하는 걸 들으며 한시름 놓고 말이다.


그래. 다행이다.


'다 해주는 엄마'가 되는 것도 엄마가 능력이 있어야 한다.

나는 구멍이 많은 엄마라서 다 해주기에는 아이들이 해야 할 게 많다는 함정이 있다.ㅎㅎ

그렇게 우리 아이들도 엄마인 나도 자라 간다.


'무슨무슨 엄마' 보다 더 중요한 건 '지금 오늘 이 순간 더 많이 사랑하는 일'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그런 의미로 고민이 깊어진다.


'오늘 저녁은 또 뭘 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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