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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반 홍교사 Oct 19. 2024

둘째 유치원 운동회날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가 더 많다

오늘은 우리 둘째의 운동회 날이었다.

어제 비가 많이 오고 날씨가 안 좋아서 혹시 우천 취소가 될까 그것만 걱정했는데, 복병은 딴 데 있었다.


어제 유치원을 마치고 와서 오후시간을 보낸 둘째가 대뜸 내게 "엄마, 체온계가 어디 있지?" 한다.

"응? 저기~" "왜?"

"나 몸이 좀 뜨거운 거 같아서."


응? 안되는데, 내일 체육대회인데...


38.2도라는 둘째의 말에 어쩌지... 걱정이 되었다.

목요일날 독감 예방주사를 첫째, 둘째, 그리고 내가 함께 맞았었다. 첫째랑 나는 괜찮은데, 둘째가 열이 난다. 예방주사 맞고 열이 나는 경우가 있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우리 아이들은 예방주사 맞고 열이 난 적이 거의 없었어서 걱정하지 않았었다. 게다 운동회를 앞두고 이런 일이...


일단, 해열제를 먹이고 조금 기다렸다. 열이 떨어질 생각을 안 한다. 자기 전에 한 번 더 먹였다. 몸이 따듯한 채로 잠든 아이가 참 안쓰럽다.


"엄마, 나 내일 운동회 갈 수 있어?"

"글쎄. 일단 오늘 푹 자보고 내일 아침에 상태를 한번 보자."


그날 새벽에도 계속 열이 있어 끙끙 앓는 아이. 중간에 깨워 해열제를 먹이고 물수건으로 몸과 얼굴을 닦아주었다. 새벽에 일어나 보니 아직 열이 있어 또 반복. 나도 힘들고 아이도 힘들고.


그다음 날 아침이 되었지만 열은 안 떨어진다. 아침에 병원에서 진료를 보고 약을 받아오고 집에서 쉬기로 했다. 운동회를 하는 장소가 집 앞 공원이라 미리 도착하신 둘째 담임선생님께 사정이야기를 대면해서 말씀드리고 들어왔다.


졸업 전 유치원 시절 처음이자 마지막 운동회였는데. 나도 남편도 참 아쉬웠지만, 아이가 힘들어하는데 무엇이 더 중요한지 생각해야 했다.


병원 들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집 근처에서 벌써 시작된 운동회 소리를 들으며 내가 아이에게 물어봤다.


" 친구들도 있고, 같이 뛰면 재밌을 건데, 참여 안 해도 안 섭섭하겠어?"

"응, 안 섭섭해. 엄마, 나 안아줘. 힘들어."


안아달란 말을 참 안 하는 요즘인데, 많이도 힘든가 보다.

"그래." 하고 번쩍 안아 들고 집에 들어오는 길.


"오랜만에 이렇게 안아 본다. 그지? 너 커지고 엄마 힘들어서 많이 안 안아 줬는데."

"응, 맞아, 맞아."


둘째를 꼬옥 안고 가며 '그래, 아프지만 말어. 잘 쉬고 잘 낫자.'라고 생각했다.


집에 도착해서 춥다는 둘째. 밥을 얼른해서 먹이고 약을 먹고 춥다는 둘째를 안방에 들어가서 누우라고 했다.

다른 일을 하다가 조용해서 들어가 보니 이렇게 자는 아이.

낮잠도 안 자는 아이인데, 정말 몸이 아프긴 한가보다.

푹 쉬어. 운동회보다 네가 건강한 게 제일 중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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