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서 살짝 망설여지기는 했지만, 2주 동안 폭풍과도 같은 열, 몸살과 사투를 벌인 남편과 아이들, 그리고 나.
아프고 나서 기운낼 만한 걸 먹자는 마음이 들어서 오랜만에 외식을 했다. 사실 난 미식가가 아니라 그 밥이 그 밥이고 비슷하다. 근데 아이들이 먹는 모습은 참 솔직하다.
맛없는 음식, 맛있는 음식.
그 가게의 덥고 추운 정도.
여러 가지의 요소들을 솔직하게 몸으로, 표정으로 표현하고 자신의 감정을 드러낸다.
지금까지 우리 아이들이 잘 먹었던 음식은 땀을 뻘뻘 흘리며 두 그릇씩 밥그릇 싹싹 긁어먹는 설렁탕과 갈비탕이었다.
그래도 실패는 없는 건, 돈가스와 면류.
가게 와서 먹는 장어는 처음인데... 어떨까? 싶었다.
생각보다 아이들이 잘 먹는다. 밥에 장어 올리고 양념장을 찍어서 한 입 가득 넣고 우물거리는 아이들.
아직 매운 건 잘 못 먹지만 웬만한 건 잘 먹을 수 있을 만큼 커서 외식할 때 편한 부분이 늘었다.
어린아이들 데리고 처음 외식할 때가 생각난다.
아기 의자가 필요하고 아기 포크와 숟가락. 그리고 가지고 간 빨대컵에 물통 꺼내고 시끄럽게 떠들면 안 되니 간단하게 식탁 위에서 할만한 것 챙기고, 주변에 방해되지 않으려고 계속 조마조마하느라 밥이 입으로 들어 가는지 코로 들어 가는지 모르고 먹던 시절.
갑자기 뭐가 마음에 안 들어 울어재끼는 둘째를 아기띠 해서는 먼저 나가서 복도를 돌아다니다가, 수유실을 찾아서 아기를 재우고 또 아기띠로 둘째를 안고 무거운 몸으로 첫째를 챙겨야 했던 그때 그 시절.
왜 아기 어린데 이런데 나와서 민폐를 끼치냐는 시선에 참 서럽기도 하고, 아기 어려서 많이 힘들겠다고 이해해 주시던 시선에 참 힘이 나기도 했던 시절.
나는 아이들 어릴 때도 많이 돌아다닌 엄마가 아니었다. 거의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집순이 엄마였고, 나갈 체력이 안돼서 나갈 수가 없었다. 겨우 남편이 쉬는 주말에 가끔 한 번씩 외출하곤 했었는데 그마저도 너무 힘들어서 사실 누굴 위한 외출이었나 싶기도 했다(확실히 나를 위한 외출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만큼 힘든 순간에도 엄마도 조금은 숨 쉬어야 하니까, 제대로 먹는 것을 누리지 못해도 남이 해준 밥 먹을 때 조금은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으니까. 그거 하나로 또 일주일을 버텼으니까 그런 시간들을 보냈던 것 같다.
아이들이 먹는 모습만 봐도 배부르다. 아이들 쪽으로 장어를 밀어놔 주고 나는 장어탕과 장어 조금에 반찬을 싸서 먹어본다. 이젠 나보다 많이 먹는 우리 아이들. 남자아이들이라 그런가 먹는 양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간다.
돈을 많이 벌어야겠구나...
왜, '우리 엄마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했는지 알겠다.
이젠 나도 돈을 벌어야겠구나... 요즘 들어 그런 맞벌이에 대한 생각이 많이 든다.
첫째, 둘째야~
장어 한 마리에 엄마, 아빠는 가정 경제와 우리 가정의 미래를 생각한단다. ^-^;
너희는 아직 그런 것까지는 모르겠고 몰라도 되지만, 하나 확실히 알아줬으면 좋겠는 건, 너희가 몸과 마음 건강하게 자랐으면 하는 엄마, 아빠의 마음이란다.
이 장어구이는 엄마, 아빠의 너희에 대한 사랑이란다(엄마, 아빠 둘만 생각했으면 비싸서 절대 안 사 먹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