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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없는 세상

-엄마의 생각

by 행복반 홍교사

유치원 등원차를 탄 둘째가 창문으로 나에게 뭔가를 얘기한다.

입을 오물거리면서 뭐라고 하는데 잘 들을 수가 없어서 귀를 이렇게 기울여 봐도 잘 안 들린다.

그걸 보신 차량 선생님이 나에게 이렇게 큰 소리로 말씀해 주셨다.

"이따가 게임하고 싶대요~"

"아... 네^^;"


순간 왜 내가 부끄러워지는 것인지.. 엄마의 편견어록 중에는 게임이란 단어가 부끄러운 단어인가 보다.

아직 7살인데 게임을 많이 하는 건 아니지만, 마*크래프트를 좋아해서 관련 책도 읽고 관련 영상도 보고, 가끔 체험판으로 게임을 해보기도 하는 아이.


형아 7살 때는 게임의 '게'자도 모르고 그저 헬로*봇, 또*을 보던 것이 전부였는데 말이다. 형아가 있는 둘째들이 더 빠르다더니 천천히 알아도 될 것들 마저도 더 빠른 듯하다.


둘째 아이가 유치원에서 배우는 게 참 많다. 미술도 하고, 음악도 하고, 영어도 배우고, 놀이도 하고, 밥도 먹어야 하고, 발표회 연습도 하고, 견학도 가고 말이다. 어제는 견학을 갔다 오느라 점심밥도 1시 넘어서 먹기 시작했다는 아이의 말을 듣고 생각해 보니, 25명 정도 되는 아이들 가운데 북적거리면서 이런저런 활동들을 소화하는 아이가 참 대단하고 힘들기도 하겠다 싶었다.


첫째는 어떠랴. 학교는 쉬는 시간이 10분이니 더욱 긴장을 풀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겠지. 1교시부터 많게는 6교시까지 아이는 선생님의 말씀을 새겨듣고 활동하며 교실의 약속들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방과 후 있는 날을 방과 후 활동까지 마치고야 집으로 돌아오니 집은 얼마나 '숨통을 트이는 공간'일까 싶다. 게다 잠깐 쉬고 학원을 가야 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옷을 갈아입고 학원을 다녀오고 나면 오후시간은 그야말로 쏜살같이 지나가고 저녁밥을 먹고 나면 아이들이 편안히 쉬고 놀 수 있는 시간은 정말이지 부족하다.


아직 어린 우리 아이들도 이럴진대, 고학년, 중, 고등학생들은 어떨까... 갈수록 더더욱 쉬는 시간, 여유 시간이 없을 테니, 우리 세대 같지 않게 학원을 더 많이 다니는 아이들은 숨통을 트이는 시간이 정말 필요할 것 같다. 그걸 게임으로 푼다면 할 말은 없지만, 게임 밖에 대안이 없다면 그건 또 슬픈 일이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편안하게 (게임 없이) 쉬도록 해 줄 수 있을까.


엄마, 아빠 말고 친구가 더 좋은 나이가 된다고 하더라도 엄마, 아빠는 참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함께' 있어주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함께'가 물리적인 시간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정서적으로 '너와 함께 한다'는 연결고리, '너에게 관심 있다'는 심리적인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고, 누군가의 지지를 받고, 누군가의 관심을 받는다는 것은 부담스럽기 전에 누구에게나 필요한 기본 욕구이다. 그리고 부모가 해 줄 수 있는 가장 큰 역할이기도 하다.


아이들에게 최소한의 경계를 알려주고 그 경계를 지키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수 있는 자유를 허락해 주는 것. 그것이 내가 지향하는 육아이다.


게임이 하고 싶다는 우리 둘째에게 '게임 없이도' 재밌게 놀 수 있는 방법을 많이 알려주고 함께 해야겠다.


'엄마는 이제 에너지가 많이 없지만, 엄마도 체력을 조금 더 키우도록 오늘도 너희 없는 오전동안에 동네 한 바퀴를 돌고 와야겠다. 하교하고 하원하고 반갑게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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