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는 태권도를 7살 봄에 시작했다. 아이에게 첫 학원이었고 초등학교 3학년인 지금까지 잘 다니고 있다.
둘째는 올해 7살인데, 최근까지만 해도 다니고 싶다는 학원이 없었다. 그냥 집에 있는 것이 마냥 좋다던 우리 둘째였기 때문이다. 자기가 관심 있으면 분명 얘기해 줄거라 믿고 기다렸다. 그런데 지난주에 갑자기 태권도 학원을 다니겠다고 했다.
"진짜? 지금 다닌다고 하면 꾸준히 다녀야 해. 그럴 수 있어?"
"응, 잘 다닐 수 있어."
형아랑 같이 다닐 거냐고 물어볼 때마다 안 다닌다고 했는데, 어떻게 마음의 변화가 생긴 걸까? 유치원 친구들이 태권도 학원을 다니는 모습을 보고 자극을 받은 걸까..?
어쨌든 오늘은 첫째와 둘째가 함께 태권도 학원을 간 첫날이었다.
둘째 유치원 하원하고 10분 잠깐 쉬었다가 태권도복을 입고 부랴부랴 나가야 하는 일정인데도, 안 간다는 말 안 하고 옷을 잘 갈아입는다.
"우와, 태권도복 입은 모습이 멋지네~"
"형아랑 재미있게 하고 와"
예전에도 형아 따라서 잠깐 다녀본 적이 있는 태권도 학원이라, 자기 도복도 가지고 있고 조금 익숙한 곳이라 부담이 크지 않은 것 같다. 둘을 같이 손 흔들며 배웅해 주고 들어와서 설거지도 하고 저녁준비를 미리 했다.
아이 둘 다 없는 오후라니... 나에게는 너무나 낯선 환경이다.
항상 둘 중에 한 명은 꼭 함께 있었던 평일 오후였기 때문이다. 집안일을 해도 이렇게 조용하구나 싶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저녁 준비를 여유롭게 하는 이 시간이 낯설지만 그리 나쁘지 않다.
언제 이렇게 커서 엄마 없이 둘이 같이 학원도 갈 줄 알고 말이야. 갑자기 마음이 뭉클하고 찡하다.
그렇게 크는 걸 텐데... 우리 부부는 그렇게 아이들을 잘 키워서 떠나보내는 것이 어쩌면 가장 큰 과제이자 사명일 텐데 말이다.
'띠링' 남편에게 카톡이 왔다.
"둘째 태권도 갔어요?"
"네ㅠㅠ"
"왜"
"둘이 태권도차 타는 거 창문으로 봤는데 너무 울컥하더라고요. 그냥 좀 뭉클한 느낌."
"다 떠날 거야."
"응, 잘 떠나야지. 아이들 건강하게. 늙은 우리 둘만 남겠구려, 영감"
"뭐래"
"(ㅎㅎㅎ)"
더 건강하게, 씩씩하게, 담대하게, 지혜롭게 자라나는 너희들이 되길 항상 기도할게.
얘들아~ 그건 그렇고 오늘 저녁은 고구마 카레밥이다~~!
맛있게 먹어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