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손으로 동그란 원을 만들어 봅니다
커다란 나무를 끌어안는다고 생각하고
손끝을 오므리면 기본 자세가 갖춰집니다
우리는 지금 없는 나무를 끌어안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
빈 공간을 잡아보는 겁니다
아니, 스스로 빈 공간을 만들어 보는 거예요
우리의 시선은
태생적으로 밀도에 끌리게 마련입니다
빳빳한 입자들의 세계
운 좋게 뭉쳐진 원자들
그 속에서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붓놀림
이제는 흩어진 것들을 바라볼 시간입니다
지금 이 순간
잠시라도 자신이 만들어낸 빈 곳에 집중해 보세요
무엇이 보이나요
없는 것들의 세계가 보이는지요
기차가 지나간 뒤 남은 진동과 공기의 흔들림
구름 뒤에 숨어 잠시 모습을 감춘 달빛
아직 수저가 닿지 않은 빈 밥그릇의 고요함
두 사람의 손이 닿기 직전 머뭇거리는 공기
차분히 바라봅니다
이 시간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입니다
아, 손은 이제 다시 모으셔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