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우물

by 비상 시 출구

입 안에 말랑한 덩어리 마구 구겨넣고

우물우물 길을 걸어간다


씹을수록 커져가는 공허의 밀도는

의외로 자못한 공간감이


우물우물 걸어간다

두 볼 빵빵해져 당장이라도 뱉어버리고 싶지만

한 번 참아보기로 한다


간지럽게 일렁이는 턱 근육

당장이라도 놓아버리고 싶지만

끝끝내 붙잡아 둔다


아무도 없는 오돌토돌 외진 길을 걷다그만

입 속에 머금은 것들 토해냈다

그것은 다만 충동적인 몸부림이었다


씁쓸한 온기를 머금은 바람이 양 볼을 스쳤다


빈 바닥을 보며 잠시 주저앉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그때 알았다


무언가 영영 지나가 버렸다고

다시는 머금을 수 없는 것들을 뱉어내 버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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