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성전 같은 터널에는 단 한 치 앞만 볼 수 있는 빛만 간신히 들어왔다. 다만 어딘가에서 반복적으로 채찍 소리가 들려왔다. 물방울이 한 방울씩 떨어지기도 했는데, 온갖 곳에서 몰려든 사람들이 흥청망청 돈을 써대는 도시와는 다르게 방울마다 맺혀있을 오래된 먼지가 텁텁한 향으로 느껴졌다.
처음 그는 망설였다. 길은 이 터널 뿐이었다. 다만 꼭 전진해야할 필요는 없었다. 그는 이따금 하던 행위를 멈추고 목을 한껏 앞으로 뺀 채 의자에 흘러내리 듯 앉아있었다. 어쩌면 이 터널 또한 끝이나지 않을 수 있었고 멀리서 숫소 떼가 달려와 다시 밖으로 달려나와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관성적으로 움직임을 가질 때마다 가령 아침에 눈을 뜨면 꼭 양치를 하러가는 듯한 습관에 길들여지는 자신을 알게 될 때마다 그의 그런 상상력은 붙잡을 수 없이 강해졌다. 채찍질 소리는 여전히 울려퍼지고 있었다. 짝 짝 짝. 소리에 맞춰 허벅지를 길어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했다. 마치 앞으로 향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직도 어딘가에선 새들이 지저귀고 있고, 사람들은 도넛을 실컷 먹고 밤마다 구토를 하겠지만 두 눈을 감고 마치 평형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이 터널은 하나의 인큐베이터와 같았다. 그는 자신을 옴싹달싹할 수 없게 만드는 상황을 즐겼다. 호두를 먹을 때도 수많은 주름 가운데 가운데 가장 깊은 주름을 앞니로 쪼갤 수 밖에 없었다. 안개꽃에 물을 줄 때도 절대 꽃망울을 건들지 않았다. 어두운 곳을 지날 때면 꼭 벽면을 손으로 훑으며 상처가 나기도 여러번이었다.
짝 짝 짝
어느 맹신자들은 거리를 활보하며 안주머니에 감춰둔 자신의 일기를 소중히 여긴다는 이야기를 들은지도 벌써 여러 해가 넘었다. 그들은 밤마다 날씨의 정도에 따라 모이는 장소가 다르며, 모임이 시작되면 품 안에 모셔온 종이를 가운데 던지고는 그 위에 올라가 짓밟는 예식을 시작했다. 종이는 사실 큰 타격이 없었다. 아무리 무거운 사람이 올라가도 이미 납작해 보이는 두께를 조금 더 줄이면 그 뿐이었다. 그들은 집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었다. 정확히 집이라고 표현했다. 무릎까지 올라오는 양말을 신은 소녀들이 꺄르르 웃어대도 그들은 집으로 향했다. 만약 그들에게 이 길 끝에 집이 있다고 넌지시 말해준다면 발 뒷굼치를 바닥에 닿지 않게 충혈된 눈으로 침을 흘리며 달릴 터였다. 그 맥락 가운데 자신이 있다는 생각에 그는 잠시 자리에서 방방 뛰었다. 짝 쿵 짝 쿵 짝 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