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 열반 중

by 비상 시 출구

컵 잔에 물방울 맻혀있고 두 눈 컵에서 떼지 않았어 열렬히 노려봤어 요즘들어 머릿 속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지만 그래도 끝까지 붙잡아보려 항상 노력했어 굶주렸어 배가 고팠고 있는 재료 다 끌어 모아다가 냄비에 욱여놓고는 팔팔 끓였어 수증기는 한없이 올라갔어 말라비틀어진 고사리 씹으며 이렇게도 질긴 유전자는 몇 대 손 전부터 시작되었을까 고사리에게도 업이란게 있을까 조심히 부엌으로 가 가스레인지 켰어 벨브를 '중'단계에 두고 고사리 태우기 시작했어 고사리는 열반에 들기 시작한거야 조금씩 구부러지다가 이내 꼬꾸라지고 말았어 뜨거움 참지 못해 원형 화구에다 메마른 시체더미 던져넣고 아직 공중에서 부유하는 냄새 잊으려 새로운 향을 피웠어 향 연기는 하나밖에 없는 창으로 나가지 못하고 안으로 불어왔어


어릴 땐 윗몸일으키길 자주 했는데 꼭 체육관 같은 곳에서 같은 반 아이들과 나란히 누워 경쟁하듯이 올라오곤 했는데 불쑥불쑥 폴더폰처럼 허릴 접는 옆자리 아일 보며 어떻게 저렇게 끝까지 올라오는지 신기했어 꼭 중간 쯤 오면 더 올라오기 싫었는데 턱을 무릎팍에 터치다운하고 말 것이라는 비기를 가끔 쓰긴했지만 도무지 끝까지 올라와야할 이유를 찾지 못했어 그래도 보통은 했어 남들만한 허리 두께 얻을 수 있었어

적당히 남들만큼 시작할 수 있는데 그걸 계속해서 끌고가지 못하겠어 사람들은 조금 지나면 게겐 프레싱 시작하고 난 턱없이 축소되어 바람빠진 풍선처럼 날아가고 날아갈 땐 또 적당히 멀리 날아가다가 안착한 곳에서 싹을 틔우고 따뜻한 내 고무주머니 안으론 작은 동물들이 들어와 식량을 비축하고 난 썩지 않고 색 바래져갔어

keyword
작가의 이전글재부팅 조각모음 종료 부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