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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기쉼 Jun 25. 2023

자기 확신

[확신] 나라도 나를 믿어야지

나는 헤어샵에 잘 가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1년 365일 거의 비슷한 헤어스타일을 하곤 하는데, 어느 날 거울을 보니 머리가 산발이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버텼다 싶은 생각이 들어서 미용실에 갔다. 나는 말이 별로 없는 선생님을 좋아한다. 처음 뵙는 분이었는데, 필요한 말을 제외하고는 딱히 말이 없으셔서 마음이 편했다. 



말을 하지 않고 주위를 한참 둘러보았다. 세련된 인테리어, 조명, 화분... 그러다 잠시 내려놓은 가위에 선생님 이름이 적혀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자세히 보니, 가위뿐만 아니라 다른 도구들에도 이름이 적혀있었다. 



문득 궁금해졌다. 저렇게 자신의 영역을 가진 디자이너가 되어 직접 머리를 만질 수 있도록 인정받기까지 얼마만큼의 훈련이 필요했을까. 나는 조심스럽게 질문을 했다. 잠시 웃던 선생님이 자신은 3년 가까이 인턴을 거쳤으며, 이제 막 디자이너가 된 지 한 달 정도 되었다고 했다. 나는 3년의 시간 동안 힘들었을 텐데 어떻게 버틸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고 되물었다. 그때, 선생님이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잘했어요.
제 입으로 말하긴 조금 그렇지만..☞ ☜



신기하게도, 그 말 한마디에 신뢰감이 느껴졌다. 사실 한 달밖에 안 됐다고 하면 불안한 마음이 먼저 들어야 하는데, 이상하게 뭔가 '있어'보였다. 



그때 깨달은 것이 있었다.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은 자만이 아니라는 것. 나는 그 선생님이 자만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오히려 자신감 있는 태도에 신뢰감을 느꼈다.



그래, 어쩌면 나는 그 부분을 놓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에 대한 신뢰, 확신. 내가 잘 해낼 거라는 믿음. 그게 무척이나 부러웠다. 그래서 앞으로는, 나를 조금 더 믿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누군가 나를 믿어주는 만큼만, 딱 그만큼만이라도.



나를 믿어야지.
내가 나를 안 믿어주면, 

누가 나를 믿어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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