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날 똑같다.
누가 뭘 말했는지도 중요하지 않고,
무슨 뜻으로 말했는지도 솔직히 잘 모르겠고,
그냥 말 한 마디 툭 들리는 순간부터 나는 또 뒤흔들린다.
“왜 그래 요즘 좀 예민해졌네?”
그 말이 시작이었는지, 끝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그날 이후로 아무 말도 안 하고 싶은 날이 많아졌다.
그냥 말이었을 수도 있다.
근데 나는 자꾸 그 말을 머릿속에서 꺼내보고 다시 접고, 또 펴보고
그 말 했던 사람 표정까지 다시 그려본다.
그 순간의 내 얼굴, 어땠는지도 떠올려보고
결국 마지막엔
‘내가 또 이상했구나’
로 끝난다. 매번.
남의 반응은 지겹게도 자주 온다.
맨날 온다. 매일.
같이 일하는 사람 표정 한 번 바뀌면 또 나 때문이다 싶고
대화 중에 누가 정색하면 ‘내가 뭔 말 잘못했지?’ 자동 반응처럼 올라온다.
나는 그렇게 매일 조금씩 작아졌다.
조용히, 아주 느리게.
누가 보면 잘 지내는 사람처럼 보여도
속은 매일 무너지는 중이었다.
‘그냥 신경 쓰지 마’
‘원래 다 그렇게 사는 거야’
그 말들이 제일 안 들린다.
나는 그냥 안 되는 쪽이었다.
어느 날, 진짜 말 그대로 멍하니 앉아서 생각했다.
이렇게 사는 거, 계속 할 수 있을까?
왜 나는 매번 남의 반응에 맞춰서
내 기분을 무시해야 하지?
근데 답이 없었다.
지금도 사실 잘 모르겠다.
다만 하나는 안다.
그렇게 조용히 망가졌던 시간들이
더 이상 당연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거.
누가 뭐라 하든,
이젠 그 말을 내 안에 오래 두지 말자고
하루에 몇 번씩 마음속으로 되뇌인다.
나를 먼저 챙기는 일, 아직도 익숙하진 않다.
그래도 망가지는 속도만큼은 조금씩 멈추고 있다.
그거면, 지금은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