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은 한순간 폭발하지 않는다.
그것은 지진처럼 온몸을 흔들어놓은 뒤에도, 한참을 여진으로 남는다.
사건은 이미 지나갔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 스치는 시선, 혹은 내가 놓쳐버린 어떤 기회.
그 순간엔 어쩌면 잘 지나갔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고, 문득 쉬고 있다가, 아무 일 없는 평온한 오후에
갑자기 그 장면이 돌아온다.
심장은 조용히 두드리고, 손끝이 얼어붙고, 다시 숨을 가다듬게 된다.
불안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희미해질 뿐이다.
내 안에 작은 진동으로 남아 있다가, 문득 일상 위로 올라온다.
아무도 모르게, 아무도 느끼지 못하게.
사람들은 말한다.
“이미 지나간 일이잖아.”
그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안다.
하지만 지나간 일이 지금 나를 흔드는 걸 어쩌란 말인가.
이제 나는 불안의 여진에 휩쓸리지 않고, 조용히 가만히 바라본다.
내 몸이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다시 중심을 잡아본다.
지진은 끝났고, 여진도 언젠가 멈출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오늘도,
흔들리는 나를 안은 채 하루를 견뎌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