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비행일기_독일 프랑크푸르트 비행
나는 2023년 11월 2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비행을 매우 몹시 기다렸었다. 정말 시간은 눈 깜빡할 사이 흘러 나는 어느새 독일 비행을 마치고 이렇게 작은 나무 책상에 스탠드를 켜고 앉아 일기를 쓰고 있다. 정말 이 직업을 하면서 덧없이 빨리 흐르는 시간의 속도를 많이 체감하고 있다. 당시 일기를 적던 11월 2일 전의 나, 그리고 독일에 도착해서 당일 여행을 떠나기 그 직전까지만 해도, 나의 계획은 내가 공부했던 바이에른 지역 뉘른베르크 근교의 바이로이트에 방문해서 대학가와 도시 여행을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얼마 주어지지 않은 시간의 소중함 앞에 급하게 계획을 변경했다.
(사실 내 MBTI난 J 계획 형이지만, 이 직업을 하면서 나는 점점 P가 되어가는 느낌이 든다. 사실 P만의 재미가 있고, J만의 재미도 있는 법. 그것이 뭐가 됐든, 나는 언제나 긍정적인 면만을 바라보고 그것만의 재미를 느끼려고 한다.)
바로 프랑크푸르트 근교의 내가 제일 좋아하는 독일 도시 중 하나였던, 하이델베르크에 혼자 방문하는 것으로 노선을 변경한 것. 당일 오후 7시 경에 독일에 자리를 잡고 있던 대학 동기도 만나야하는 일정도 생겼던 터라, DB (독일 기차)로 1시간 30분경이면 도착하는 예쁜 하이델베르크로 떠나자 라고 마음을 먹고 나 홀로 여행을 떠났었다. 나는 처음 도착하는 국가라면 항상 내 사번 또래의 크루들과 함께 여행 및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이렇게 혼자 다니고 싶거나 그 지역을 잘 아는 경우라면 나는 혼자 다니는 것을 더 선호한다. 그래서 이번 독일 여행은 정말 나 혼자 만의 추억을 곱씹어보고 싶어서 혼자 조용히 잘 다녀왔었다.
Long Stroy to short 하자면, 이번 하이델베르크 여행에서 느낀 점은 ‘오직 변한 건 나뿐이구나.’ 라는 것이었다. 하이델베르크의 중심지에서 혼자 뚜벅뚜벅 길을 걸으면서 나는 7년 전 독일 교환학생으로 방문했던 바이로이트 대학교에서 친해진 한국인 언니와 함께 이 곳으로 첫 여행을 떠났던 추억 속에 잠겼었다. 떡도 먹어 본 놈이 더 맛있게 먹는다고, 이미 온 장소라 그런지 나도 모르게 익숙해서 지도도 보지 않고 그저 발길 따라, 추억을 뒤밟으며 걸었다. 하이델베르크는 7년 전 내가 눈에 담던 그 모습 그대로 아름다웠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당시에는 봄이라 세상이 초록빛으로 물들었었다는 것, 이제는 대학생에서 어엿한 승무원이 되어 여기 왔다는 것, 20대 초반의 푸릇푸릇하던 내가 스스로의 인생을 책임지는 어엿한 20대 후반의 아가씨가 되었다는 것. 그리고 독일어를 많이 까먹어서 기억을 많이 더듬어야 말을 할 수 있는 지금의 나라는 것 들이다. :) 하이델베르크의 꽃인 하이델베르크 성을 지도도 없이 그저 기억에 의존해서 발길 닿는 대로 따라가다가 도착했었다. 독일 역시 가을에서 겨울로 가는 시기라 바람이 많이 불어 쌀쌀했지만, 나의 마음만큼은 설레임과 헛헛함에 뜨듯했기에 그리 춥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7년 전, 저 성곽을 가리키면서 긴 머리를 휘날리던 나는 언젠가 여기에 다시 올 수 있다면 정말 좋을텐데.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다시 오고 싶다는 마음을 표현해서 아래와 같이 사진을 찍었었다.
그랬던 나는 어느 덧 시간이 흘러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승무원이 되었고, 여기 그 자리에 다시 왔다. 당시에는 내가 승무원이 될 거라고는 미처 상상조차 하지 못했는데 말이다. 그래서 바로 이 다음에 펼쳐 질 1분 1초의 그 순간마저도 모르는 우리의 인생은 더 재밌고, 무섭기도 하고,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 같다. 비록 원래 목적지였던 바이로이트에는 못 갔지만, 괜찮다. 분명 이곳에 다시 올 거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그때는 멀리 가봐야겠다. 다시 방문하게 될 미래의 나는 20대의 끝자락에 있을 것이다. 그 때 방문하게 될 독일은 또 다른 느낌이겠지. 내 추억 속 독일은 그 자리 그대로였고, 오직 변한 건 나뿐이었다. 그럼에도 영원히 변하지 않을 사실은 꿈을 이룬 내가 이곳에 다시 왔었다는 것이다.
나는 여전히 나의 인생의 다음 모든 순간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