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주거모델, 공동체주택
서울시 주택 중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율은 59%이다. 10개 주택 중 6개 주택은 아파트라는 것이다. 아파트라는 주거 모델은 사실 주택 관리할 시간은 없으나 쾌적한 환경에서 살기를 원하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 살지만 익명성 아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는 주거모델이기도 하다.
특히 요즘엔 다양한 커뮤니티 프로그램과 조식서비스 등도 운영하고 여러 종류의 커뮤니티 공간도 있는 아파트가 유행이다. 또한 고급스러운 조경과 주택 내부 자재, 직접 관리하지 않아도 언제나 깨끗하게 관리되는 분리수거함 등 모든 것이 완벽하게 보이는 아파트가 부동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단지 내 초등학교가 있어 안전한 보행과 아이들의 커뮤니티 형성이 가능한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단지) 단지는 저학년 자녀를 둔 맞벌이 가정에겐 최고의 주거 모델이기도 하다.
이 모든 것이 핵가족화, 맞벌이 가정의 증가, 저출산, 고령화 등의 문제와 연결되어 남의 도움 빌리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주거 형태에 의지하게 된 것이다. 또한 아파트 위치에 따라 다르지만 나의 노력과 상관없이 주택 대출을 버티기만 하면 어마어마한 불로소득이 나의 자산으로 자리 잡게 되는 마술이 벌어지기도 하고 많은 수요 덕분에 아파트 매매를 통한 자산 유동화가 쉽다는 장점도 있다. 이렇게 장점이 많으니 한국에서 만큼은 태어나면서부터 청약 통장을 만들고 어린아이 이름으로 주택 매입이 이루어지는 등 외국인들이 봤을 때는 이해하기 어려운 우리들만의 주택시장이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무조건 아파트가 아닌 다른 대안도 생각해보는 새로운 층이 생겨나고 있다. 마당이 있는 주택에 살며 계절을 느끼고 싶다, 층간 소음 문제로 괴롭다. 등등의 이유로 아파트를 탈출하기도 하고 아파트는 편하고 좋지만 내가 원하는 공간을 내가 직접 설계해 살아보고 싶다는 사람도 생겨나고 있다. 오롯이 내가 책임져야 했던 육아를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함께 분담하면 훨씬 수월하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새로운 형제, 자매를 만들어 준 것 같은 효과를 알게 된 사람들. 학교 친구들끼리, 가족들끼리 여러 이유로 함께 살 집을 짓고 살아가고 있다.
2000년대 초반 마포 성미산 마을에서는 어린이집을 시작으로 밥집, 카페, 생협 등을 마을 단위로 운영하는 조직이 생겨났다. 어린이집을 함께 운영하던 부모들이 서울의 비싼 집값에 자가 주택 마련하는 일이 쉽지 않아 각자 가지고 있던 자산을 정리해 함께 집을 짓고 아이들을 함께 키운 사례도 있다. 아마 그전에도 가족끼리, 친구들끼리 비슷한 이유로 함께 집을 짓고 살았던 사례도 있겠지만 언론에서 관심을 가지고 공식적인 주거모델로 알려진 건 이 사례가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
1900년대 초중반 덴마크, 스웨덴 등 북유럽을 중심으로 코하우징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주택 유형이 만들어졌다. 이때가 실제 여권이 향상되어 여성들도 직장을 갖기 시작했고 집안일에 부담을 느끼던 차에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공용 공간이 있고 여러 가구가 함께 살며 식사 준비를 돌아가면서 진행하고, 방과 후 아이들 돌봄도 품앗이도 가능한 코하우징이라는 주거 모델을 만들었다. 현재는 몸이 불편하거나, 1인가구, 노인들이 사는 특화된 형태 든 공유 공간이 있고, 서로 간 규약이 있는 코하우징 형태가 다양해졌다.
영국은 커뮤니티 리드 하우징이라는 명칭으로 제도적 틀이 완성되었고 다양한 커뮤니티가 만들어지고 있다. 주택 자체가 마을의 구심점이 되기도 하고 평범한 주택의 공유공간에서 음악회도 열리고, 그림공부, 가드닝 프로그램도 진행되는 등 커뮤니티의 활력을 주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기도 한다. 민간에서는 1인가구 대상 최소한의 주거 면적을 제공하고 다양한 공유공간과 프로그램, 교류 매니저를 두어 운영하는 전문 코하우징 모델도 만들어지고 있다. 혼자는 외롭고 주거비도 많이 드니~~ 코하우징을 응용한 또 다른 모델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014년 말 서울시에서 공동체주택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었다, 자가형태, 임대주택형태, 토지임대부 민간임대, 민간임대형태 등 다양한 모델로 공급되고 있다.(2025년 신규 지원 사업은 중단됨) 인증제라는 제도가 도입되었고 공동체주택을 지으려는 공동체(함께 집을 짓겠다는 이웃 모임)가 요청을 하면 인증 심사를 거쳐 통과한 공동체를 대상으로 건축비 대출을 연결해 주고 대출 이자를 서울시가 일부 지원해 주는 형태로 발전하였다.
서울에서 만들어진 공동체주택은 대부분 5호에서 10호 정도의 작은 커뮤니티가 대부분이다. 동네에 빌라정도 크기의 주택이라고 보면 된다. 그래도 원하는 데로 설계할 수 있고, 함께 살 사람도 정할 수 있으니 메리트가 있다고 볼 수 있으나 집 짓기는 전문가의 영역이라는 어려움이 있어 결코 쉽게 볼 일은 아니다.
현재 공동체주택을 보면 육아, 청년들의 교류, 반려 동물과 함께 사는 입주자, 예술가들이 함께 사는 집 등 다양한 목적으로 함께 살고 있다. 어떤 곳은 교류하며 사는 삶의 기쁨을 느끼기 위해 입주한 주택도 있다.
공동체주택! 나는 운이 좋게도 실체가 없었던 이 정책의 시작단계에서부터 담당자라는 이름으로 함께 할 수 있었다. 10년간의 시간 동안 많은 사업자들, 시민들, 건축가들, 금융가들, 중앙부처 공무원, 주택 기획가 등 주택과 관련된 분야의 전문가들을 수없이 만날 수 있었다.
아파트가 한국에서는 최선의 대안으로 자리 잡았지만 또 다른 대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을 말해보고 싶다. 공동체주택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 만족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안정감이 생겼다고 표현하는 사람이 많다. 바로 옆 내 가족이 아니어도 부탁할 사람이 있어서~, 가끔씩은 기꺼이 자신의 것도(시간도, 재능도, 사람도~) 내어주는 공동체주택 입주자들이 자랑스럽고 존경스럽다.
독립된 삶과 교류하는 삶이 절묘하게 만나는 곳, 공동체주택에서는 가능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