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사는 건 쉬운 게 아니더라.
우리 가족은 택지개발 지구에 공급된 신규 아파트를 분양 받았다. 결혼해서 살 던 집 중에서 가장 큰 집이기도 했고 처음으로 동생네 가족과 같은 층 각각 다른 호에 살아보는 상황이었다. 나와 동생 모두 맞벌이라 친정 엄마가 우리 집에 사시면서 살림도 살아주시고 두 집 아이들을 봐주셨다. 우리 집 두 아들이 7살, 5살부터 살기시작했고 조카는 이 아파트에서 태어났다.
새 아파트이다 보니 꼬꼬마 아이들이 많았다. 저녁이 되면 아파트 중정(아파트 중간 마당)을 볼 수 있는 우리 집에서 많은 아이들을 볼 수 있었다. 킥보드를 타는 아이, 작은 시냇물을 만들어 놓은 곳에 아이들은 개구리 알을 풀어놓고 잡기도 하고, 우리 아이들은 딱지통을 중정 그늘에 놓고 온 동네 아이들을 끌어보아 하루 종일 노는 게 일이었다.
두 아들은 집에서 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유치원에 다니고 있었다. 첫째는 몇 달 안 다니고 초등학교 입학이었고 둘째는 2년 정도 더 다녀야 하는 상황이었다. 아파트 공지사항에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비어있는 어린이집을 입주자들이 운영하는 공동육아 방식으로 운영하고자 하니 관심 있는 입주자들이 있으면 회의에 참석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그게 지금의 삶을 이끈 첫 번째 시작점이 되다니~ 지금 생각해 보면 아주 사소한 시작이었던 것 같다. 관심이 있어 회의에 몇 번 참석하다 예상치 못하게 공동육아 어린이집 초대 이사장이 되었다. 행정처리도 해야 되고 원장님과 선생님도 구해야 하고, 인테리어도 해야 하고~~ 함께 하는 부모님들과도 소통해야 하고~ 이렇게 시작한 어린이집이 1년 후 개원 했고 둘째는 집에서 1분 거리에 있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다닐 수 있게 되었다. 둘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1년이 지날때쯤 어린이집에서 만난 아파트 이웃들과 내가 업무로 하고 있던 공동체주택이라는 개념을 이야기할 기회가 생겼고 마침 아파트 단지 근처에 택지개발한 단독주택지 매매가 나와 우리 한번 시작해볼까 하고 호기롭게 시작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함께 어린이집에 보내던 다섯 이웃이 공동체주택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모든 집들의 경제 사정이 비슷한 상황이었다. 토지 매입비 마련을 위해 나와 동생은 한 집은 전세를 주고 동생네가 우리 집으로 들어와 함께 살기 시작했고, 전세 기간이 끝난 한 집은 함께 하기로 한 집으로 들어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전세 보증금으로 토지 매입비를 낼 수 있었다. 다른 한 집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재개발 예정 빌라를 처분하여 토지매입비를 마련하였다. 서로 어렵게 만든 자금으로 토지를 매입하고 설계를 시작했다. 다섯 가구가 서로 다른 특성들을 건축가와 상의하니 건축가는 정말 어 려웠을것 같다. 요구 조건도 많았고 다양했을 것이다. 건축가도 우리도 처음 경험해 본 상황이었고, 어린이집에서 만난 이웃들이다 보니 수평적 관계에서의 의사 결정이 결코 쉽지 않았지만 약 6개월간의 시간이 지나니 건축설계가 끝나고 1년 간의 건설 기간이 있었다. 약 1년 6개월 동안 다섯 가족은 계절별로, 여름 휴가까지 맞춰 함께 휴가도 떠났다. 아이들은 계곡에 들에 곳곳을 누비며 서로를 가족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서로 해야 할 일이 있을 때 미루지 않고 배려하였고 입주를 끝으로 우리는 영원한 해피 앤딩을 맞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렇게 어렵게 보냈던 1년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이 정도 갈등 없이 입주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 했다. 그러나 살면서 어려움이 물밀듯 밀려왔다. 아주 사소한 것에부터~
입주 후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2년간 아이들이 집에 갇혀 지내게 되었다. 처음에는 평일 하루하루 다섯 집 엄마들이 당번을 매겨 돌아가며 아이들 돌봄을 시작하였다. 오전에는 공동체공간으로 모두 오게 해 함께 문제집도 보고 책도 보는 시간을 몇 개월 가졌다가 학원을 다시는 친구도 생겼고 EBS 교재로 개별 공부 하는 친구도 생기고 이 모임이 점 점 소원해졌다.
맞벌이와 맞벌이가 아닌 가족 간 입장 차이도 있었다. 맞벌이인 경우 코로나 시점에 난감한 경우가 많았다. 아이들은 하루 종일 집에 있는데 오전에 엄마 당번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오후가 되면 아이들은 공동체 공간에~~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놀이를 했다.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고학년까지 아이들이 모이니 남자아이들의 경우 거칠게 놀거나 자기들끼리 싸우는 경우도 생겨났다. 맞벌이 엄마였던 나는 사실 예민하게 대처하기가 힘들었고 모르고 지나갈 때도 있었다. 그러나 집에서 아이들을 볼 수 있는 엄마는 조금은 다른 입장인 경우도 있었다.
19년 코로나가 창궐하기 직전 가을에 입주한 후 입주 6년 차를 맞은 지금 아주 많은 일들이 계속 있었다. 공동체주택을 시작하는 이웃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 생겼다. 오랫동안 사귀었던 커플들이 결혼해 서로 너무 몰랐다고 이야기하는 걸 사실 이해하지 못했다고~ 그러나 이제 내가 사는 공동체주택을 겪으며 알게 되었다. 함께 살아보지 않으면 사람 속은 모른다는 것, 나와 이 사람은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다를 수 있다는 것을!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서로 시시콜콜한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생겨나는 부분이라 생각된다.
아파트라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사는 공동주택에 이웃으로 살 때는 잘 몰랐다. 현관문만 닫으면 익명성이 보장되고 상대가 어떤 생활을 하는지 그건 프라이버시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쓰레기는 분리 수거함에 내놓으면 되고 독서실, 체력단련실 등의 커뮤니티 공간은 관리실에서 관리해주니 사용만 했지 관리의 어려움을 잘 몰랐던 것 같다.
공동체주택을 정책화하고 많은 사업자들과 입주자들을 만나면서 다양한 정보를 알고 있었지만 정작 내가 살 공동체주택 준비에 있어 놓친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 첫번째, 집 짓는 것에만 욕심을 부려 입주 직전이 될 때까지 정작 살아가는데 중요한 규칙을 못 만든 것이다. 집을 짓는 과정에서 큰 갈등 없이 진행되다 보니 구체적이고 강압적으로 보일 수 있는 입주자 간의 규칙을 꼭 만들어야 하는건가 하는 호기로운 생각도 들었던 것 같다.
그러나 실제로 살아보니 공동 규칙의 필요성을 바로 느낄 수 있었다.
공동체 공간 사용에 대해서만 해도 그렇다. 공동체 공간을 공적인 공간으로 인식하여 더 조심스럽게 사용하는 경우가 있고, 공적인 공간은 집에서 할 수 없는 걸 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인식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에 더해 공동체공간 청소와 이용 시간 등의 관리 문제가 더해질 수 있다. 일상생활과 관련해서는 쓰레기를 버리는 문제, 공용 수도, 공용 조명등 함께 사용하는 공간과 시설에 대해 리스트를 정리하고 거기에 대한 규칙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
여기에 집집마다 경제적 상황이 다른 점, 맞벌이냐 아니냐에 대한 부분, 집마다 다른 바이오 리듬...거기에 더해 입주 직후에 추가되는 예상치 못한 공사가 발생할때 비용이나 역할 분담에 대한 것도 입주 전에 정리해 놓는 것이 꼭 필요하다 말하고 싶다.
공동체주택 입주 후 1년간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자 맞추어가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또한 포기할 부분은 포기한 것 같다. 공동체주택 사업을 오래 하신 분이 하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집을 짓는 과정에서 서로 탐색해야 한다. 너무 안 맞는 이웃이 있어 중간에 포기하고 나가거나 해도 그건 자연스러운 과정이자 차라리 잘 된 일이라 생각하라는 그 말!! 입주해 함께 살아보니 정말 공감 되는 말이 되었다.
두번째, 공동체주택의 설계에 있어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설계가 확정되기 전, 건축가님이 초기 단계의 설계(안)을 제안해 주셨다. 설계에 마을의 개념을 가지고 왔다고 하시며 마당을 중간에 넣고 건물을 뒤집어진 ㄷ자로 배치한 구조였다. 모든 집이 마당을 바라보는 구조로 서로의 거실을 볼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나는 마지막에 프라이버시 문제로 불편할 수 있을 것 같아 마당 반대쪽을 바라보도록 설계를 바꾸었다. 두 집은 잘 보이는 않는 구조였고 두집은 마당 입구에서 거실 큰 창이 보이다 보니 생활에서는 서로 불편함으로 다가왔다. 공동체주택 설계에 가장 중요한 건 서로간의 일상생활이 노출되지 않는 설계를 의도적으로라도 구현해야 한다는 것을 직접 체험하게 된 것이다.
또한 각 주택의 면적이 동일 할 경우 각 주택의 틀은 동일하게 유지하는게 건축비도 최소화하고 유지관리도 편리하며 갈등의 소지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지은 공동체주택은 다섯 집의 평면도가 서로 다르기도 하고 서로 테트리스처럼 연결되어 여러집과 경계가 겹쳐져 있어 계단 올라가는 소리, 배수 등의 소음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또한 각 가족의 의사를 최대한 반영하여 설계한 집이지만 서로 상대의 집이 더 좋고 우위에 있다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함께 산다는 건 평생의 좋은 친구 이웃을 만나는 것일 수 있지만 직접 집을 짓고 공동체공간을 운영하며 사는 운명 공동체도 될 수 있기에 모든 단계마다 규칙을 정하고 합의하는 단계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살면서 알게 되었다. 그래서 입주자 규약은 필수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것이 살아가는 동안 일어날 수 있는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설계가 시작될 때 나의 집도 중요하지만 향후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생각해보며 가장 편안한게 살 수 있는 집 전체의 공간 계획은 어떻게 하면 될지 고민해 보는 게 중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꼬꼬마였던 아이들이 이제는 중고등학생으로 성장하고 있다. 부모들도 나이 들어가고 있다. 집을 가꾸고 공동체공간을 누리며 사는 일이 오늘은 좋다가도 내일은 아 괜히 시작했나 할 정도로 매일매일 다른 스펙터클한 삶을 살고 있다. 나와 맞는 천생연분의 이웃을 만났다고 생각하다가도 아~ 맞지 않구나 하는 이웃도 생길 수 있다. 이런 예기치 못한 상황까지 감안하고 좋은 공동체로 성장한다면 그건 정말 큰 일을 이룬 것이라 말하고 싶다.
나도 아직 나의 미래는 모른다. 몇 집은 이사를 가고 새로운 이웃이 들어올 수도 있다.
진국 이웃을 만난 것도 같고 아이들도 평생 가족이라며 잘 지내는 이웃도 있다. 그러나 서로에게 시간을 주고 있는 이웃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