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라는 단어에서 오는 부담감
2015년 시작된 우리나라의 공동체주택 정책은 서울시라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조례를 근거로 시작한 정책이다.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프랑스 공동체주택인 참여주택( habitat participatif)은 현재 그럴듯한 틀을 갖추고 있다. 2014년 공포된 도시주거재생법 안에 주택 용도와 지원 근거를 마련하였고 다양한 형태의 공동체주택 공모전을 해 멋진 건축 디자인을 가지고 있거나 재밌는 공동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주택에 상을 주기도 한다. 우리나라보다 1인가구 비율도 높고 개인주의화 되어 있지만 또 역설적으로 공동체에 대한 필요성을 더 느끼고 있는 것 같다.
* 프랑스 공동체주택 지향점 : 이웃 간의 연대강화, 주거비 현실화, 사회적 다양성 추구, 환경친화적 건축과 관리 방식 지향, 투기를 지양하는 주거 문화 양성, 민주적 시민의식 성장(출처 : 프랑스의 공동체주택 진흥방안, 정희원, 건축과 도시공간)
비슷한 이유로 만들어진 정책에 우리는 다르게 반응하는 것이 있다. 공동체주택에 붙어있는 '공동체'라는 단어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 공동체주택에 살면 모든 것을 공유해야만 될 것 같고, 사생활이 없고 갈등이 시도 때도 없이 발생할 것 같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차라리 회원제 주택이라고 하면 안 돼요?라는 사람들도 있었다. 우리에게 공동체라는 단어는 개인의 삶보다 공동체를 더 우선하겠다는 뉘앙스가 느껴지나 보다.
사실 공동체주택은 손을 뻗으면 연결 가능한 거리에 이웃들이 살고 있다 정도로 느슨한 공동체를 지향하는 주택이다. 그러나 공동체에 방점을 두어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종종 보인다. 특히 공동체공간을 함께 관리하며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규약' 제정과 정기 회의는 어쩔 수 없이 발생되는 상황이긴 하다. 민주적 의사결정을 기본 전제로 하나 우리에겐 관련 경험이 많지 않아 어렵게 느껴진다.
누구의 자식으로 클 때도,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그리고 결혼해서도 우리가 속해 있던 곳에서 토론 후 함께 결론을 내 본 경험보다 부모님이든, 선생님이든, 직장 상사든 상위 계급에 의해 정해진 룰을 존중하고 잘 따라온 삶의 방식이 더 익숙한 것 같다. 누군가와 함께 논의하며 의사 결정을 해야 한다는 것에 어색함을 느낀다.
가끔씩 나에게 유리한 의사 결정이 나도록 다른 입주자를 사전에 만나 설득하고, 원하는 결과를 도출하며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민주적 의사 결정 방식에 어려움이 있는 주택 입주자들에게는 전문가가 직접 방식을 설명하고 절차를 함께 해보는 방식으로 지원한다. 함께 사는 사람들 중 어르신이 없거나 이끄는 사람이 없는 수평적 관계의 입주자들만 있다면 전문가 지원은 절대적이다. 내부 사람보다 현 상황을 객관적으로 말해주고 조언, 결론을 내려주는 입주자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중재자이기 때문이다. 괜히 내부에서 시도하려다 더 큰 싸움이 되거나 갈등의 씨앗을 만드는 경우도 볼 수 있었다.
또 하나는 우리, 공동체 이 단어에 대해 자유로워 지는 것도 필요하다. 함께 살며 갈등이 생길 수도 있고 지금은 해결되지 않지만 시간이 지난 후 상황이 바뀌어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경우도 있고, 스스로 함께 사는 공동체가 버거워 이사를 가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 자체를 너무 힘들지 않게 받아들이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 자연스럽게 더 좋은 방향으로 간다고 생각하면 서로 쉽다.
함께 사는 모든 입주자들이 같은 농도로 공동체를 생각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땐 해당 이웃에게 시간을 주는 것도 방법인 것 같다. 어떤 공동체주택은 한 달에 한번 밥상 모임을 하는데 참여하지 않는 가구도 있다고 한다. 그 자체를 불편해하지 않고 현재 가능한 이웃들이 모여 이어나가는 상황이 상대를 부담스럽게 하지 않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의외로 서로 알지 못했지만 입주를 한 후 서로가 살아온 길을 터 놓고 이야기하며 공감을 하고 알아가며 친해진 이웃이 더 공동체를 잘 이루고 사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공동체라는 단어에 집중하지 말고 지나가다 인사하고 안부를 묻고, 맛있는 음식을 하거나 너무 많은 음식을 하게 되어 처치 곤란이 될 때 슬쩍 나누는 음식에서, 여행 가며 화분에 물 주는 게 걱정이었는데 이웃에게 부탁하며 이웃이 좋아진다면 그때 더 친해져도 된다. 이런 소소한 공동체주택을 시도해 본다면 성공 확률이 더 높아질 거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