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편_2: 오얀타이탐보 -> 마추픽추 (Aguas Caliente)
마추픽추로 가기 위해서 오얀타이탐보에서 기차를 타고 이동을 해야한다. 흠칫 바다를 가로지르는 기차를 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날씨는 무척 좋았고, 계속 경적이 울리던 그 기차역에 도착을 했다.
한 가지 내가 간과한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식의 기차표의 검표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탑승을 하기 직전에 혹은 기차안에서 우리는 e-ticket을 검표원에게 보여주거나 검표기에 스캔을 하지만 여기에서는 validacion 과정이 필요하다. 즉, 출발 전에 역 창구에 가서 (그것도 내가 페루레일인지 아니면 잉카레일인지 잘 보고 해당 창구에 가야한다) 나의 e-ticket과 여권을 보여주면서 확인된 최종 표를 받는 것이다. 마치 비행기 체크인 같았다. 만약 여행일정이 확실하지 않다면 미리 예매하는 것보다 그 때 가서 예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왜냐하면 페루레일의 경우에는 출발전 24 시간 안에는 변경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출발 7분전에 이 사실을 알고 얼른 페루레일 창구에 가서 최종티켓을 받았다. 한 번 가는데 60 달러가 넘는 티켓이었다. 일을 처리하는 창구 직원도 손이 떨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표를 받자마자 그 무거운 배낭을 매고 기차까지 뛰어가서 겨우 체크인을 했다. 거의 1분전에 도착을 한 것 같았다. 기차에 도착할 때 그들은 명단이 있었고, 그 곳에서 내 이름을 체크를 하고 들어갔다.
허겁지겁 그렇게 들어선 기차에서 그들이 안내해준 내 자리는 맨 앞자리였다. 이 좋은 날씨에 맨 앞자리라니, 운이 정말 좋았다. 통 창이 내 앞에 있었다. 나는 이 전망을 혼자서 다 누릴 수가 있었다. 바로 옆자리는 운전석이라 경적소리가 시끄럽긴 했지만, 그마저도 기분좋게 느껴졌을 정도로 저 세상의 날씨였다.
마추픽추까지 가면서 보이는 전경은 산골짜기와 그리고 계곡이었다. 잉카트레킹은 이런 길을 적어도 4일은 걸어가야하는 코스이다. 날씨가 이렇게 좋다면 가볼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는 이런 풍경을 보면서 설램보다도 햇살과 그 햇살에 반짝이는 녹음들이 있는 해발 3000미터는 되어보이는 산 풍경안에서 죽음과 같은 평안함이 느껴졌다. 그냥 이 곳에서 따뜻한 빵에 부드럽게 발리는 버터처럼 내가 그냥 녹아져버렸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평화로워서 그냥 이곳의 일부가 된 채로 있어버리고 싶었다.
기차는 꽃길을 지나갔고, 중간중간에 인디오분들이 아이들과 혹은 당나귀들을 데리고 길을 걷는 것도 보였다. 기차는 꽤 천천히 갔다. 나는 이곳에 아주 그냥 멈춰있고 싶었다. 기차의 철로에는 따로 신호등이 없어서 커브를 돌 때마다 기차가 경적을 울려야 했다. 그마저도 좋았다.
어느덧 마추픽추 마을- Aguas Calientes 에 도착했다. 기차는 마을 안까지 들어섰다. 건물들이 기차 옆으로 바짝해서 지나갔다. 기차를 그렇게 맞이하는 건물들의 1층에는 관광객들을 맞이할 식당과 기념품 가게로 가득 차 있었다.
쿠스코에서 만난 페루 친구, D는 마추픽추 마을 Aguas Caliente를 그려주면서 마추픽추를 설명했다.
마추픽추 마을을 쉽게 설명하자면 이렇다. Aguas Caliente는 마을의 한 가운데 흐르고 있는 조그만 개울을 기준으로 두 부분으로 나뉜다. 오얀타이탐보에서 마추픽추 마을로 들어오는 기점을 오른쪽이라고 한다면, 개울의 오른쪽은 로컬지역이고 왼쪽은 관광지 지역이다. 이렇게 그림으로만 보고 들었을 때에는 나는 늘 그렇듯, 관광지는 오래된 구시가지 중심의 센터라고 생각했고, 로컬지역은 좀 더 현대적인 건물들이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봤을 때, Aguas calientes는 무척 가난한 동네였다.
로컬지역은 짓다 만 집, 판자 집, 허물어져가는 집들이 산동네 레이아웃으로 있는 동네였다. 하지만 로컬지역에 있는 큰 축구 운동장이 있어서 시민들이 꽤 광장처럼 활용을 하면서 위험하다는 생각은 잘 들지 않았다. 반면, 오히려 관광지 지역이 더 현대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는데, 비교적 건물들이 보수가 잘 되어있었기 때문이었다. 빽뺵하게 호텔, 호스텔, 레스토랑, 까페, 스파, 기념품가게 미니슈퍼들이 가득한 곳이었다.
마추픽추마을은 꽤 작은 마을이다. 비탈길에 마을이 형성 되어있어서 기본적으로 이동을 하려면 오르락 내리락 해야한다. 여기에 머무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다 마추픽추에 가기 위해서 방문한다. 마추픽추를 방문하는 것 외에 마을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을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온천 → 마을이름이 “따뜻한 물들” 인 것 답게 이 마을에의 위쪽에는 노천온천이 있다. 20 솔의 온천 입장권을 구매를 하면 뒤에 있는 트레킹 코스도 같이 즐길 수 있다. 온천을 즐 길 때에는 수영복을 입어야 한다. 타월은 따로 돈을 내면 빌려주기도 하고, 짐을 맡기는 것은 무료이다. 운치있는 산들을 보면서 온천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생각보다 그렇게 물이 한국인 기준으로 뜨겁지않다. 그리고 오후에 간다면 꽤 많은 사람들과 온천을 즐길 수 있다. 탈의실과 샤워실도 있지만 샤워실은 사용하기가 불편해서 나의 경우 그냥 수영복차림으로 겉가운만 입고 나와서 호스텔까지 걸어갔다. 이 마을은 무척 작아서 5분 걸었더니 벌써 도착해서 따뜻한 물로 편안하게 샤워를 했다.
전통시장 마켓 - 쿠스코의 San Pedro mercado 처럼 음식도 팔고 하는 곳이 아니라 온 갖 기념품을 살 수 있는 수공예품 재래시장이다. 하지만 주로 스웨터나 푼초, 모자 같은 옷들 위주로 판매를 하고 있다. 사실 품질은 꽤 괜찮은 것 같고 간혹가다 특이한 디자인의 옷들도 볼 수 있다.
폭포 - 로컬지역의 끝자락에 있는 ( 그래봤자, 관광지역에서 15분정도 걸으면 도착하는 곳) 폭포이다. 45분정도 걸리는 트래킹 코스라는데, 나는 사실 끝까지 올라가보지 못했다. 입장료는 10 솔정도 받는다는데 내가 도착했을 당시에는 아무도 없어서, 그냥 입장료 없이 올라갔다. 그런데 정말 아무도 없었다. 올라가는 내내 올라가는 사람, 내려가는 사람 아무도 없었고, 중간에 아주 큰 동굴이 있는 걸 보았다. 큰 불곰이 나오거나 해골이 보여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만큼 큰 동굴이었다. 이 떄 부터 꽤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결정적으로 큰 개들이 저 멀리서 나의 인기척을 느끼고 짖기 시작했다. 그들이 묶여 있는지 아니면 풀려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고, 호의로 그러는 건지 아니면 적의로 짖는건지도 알 수 없었다. 그저 확실한 것은 그들이 내가 다가가면 갈수록 더 짖는다는 것이었다. 안전을 위해 하산을 했다. 폭포는 그저 소리로만 들었다. 그래도 내게 마추픽추 가서 제일 좋았던게 뭐야 하면 그 폭포길을 올라갔던 것이라고 말할 것 같다. 아무도 없었지만, 그래서 오히려 나를 더 내려놓을 수 있었다.
내가 마추픽추를 간 시기는 사실 그렇게 좋은 시기가 아니다. 우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4인실 도미토리를 예약했는데 2인 개인실을 호스텔에서 받았고 그마저도 다른 사람이 오지 않아서 혼자 방을 쓸 수 있었다. 하지만 으슬으슬 추운 것은 쿠스코에서부터 여전했다.
다음날 아침, 8시 입장인 것을 고려해서 호스텔 측에서는 7시에는 나가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아침밥을 6시반에 먹었다. 7시쯤에 나가서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사람들이 꽤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벌써 이렇게 줄을섰다니...정말 버스표를 그 전 날 사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가이드들이 줄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호객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말 불행히도 내가 가는 코스 심지어 클래식 2코스인데도, 그룹투어가 즉석에서 만들어지기가 쉽지 않았다. 만약 개인투어를 한다면 쉽게 가이드를 구할 수 있다. 마추픽추에 도착을 해서 입장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가이드들이 호객을 한다. 그룹투어는 일정수, 적어도 4명은 모여야 하는데, 생각보다 그게 그러게 쉽지 않았다.
다행히 미리 마추픽추에 대해 다큐멘터리를 보고 공부를 해놔서 가이드 없이 보면서 뭐가 뭔지는 알 수 있었지만, 가이드가 있었다면 더 재밌게 볼 수 있었을 것 같다.
마추픽추에 가면서 느낀 감정은 가이드는 고사하고 날씨가 너무 안 좋아 드는 생각은 망했다-였다. 뭘 볼 수나 있으려나 할 정도로 안개가 자욱했고, 비가 왔다. 심지어 우산은 입장이 불가해서 5솔을 주고 마추픽추 입구에서 우비를 구매해서 입어야 했다. 모자라도 쓰고 왔어야 했는데 빗방울들을 맞으면서 입장을 헀는데, 사실 으슬으슬 춥고 비가 오니 신발은 조금씩 젖어가고 있고 유적지에 간 것 같기 보다는 남미 험준지대 트래킹을 온 것 같은 느낌이 더 들었다. 다행히 조금씩 가다보니 메인 스팟에 도착했다. 다행히 보였다. 사실 보이다 말다 하긴 했으나, 안개가 거쳐지면서 보이는 풍경은 또 내 인생에서 전혀 보지 못했던 장경이었다. 사실 안개 낀 산에 올라간건 처음이었다. 산악인들이 쓴다는 '곰국' 이라는 표현이 이런 것인가.
안개가 많이 꼈기에 전경을 보기보다는 한 곳에 가면 다른 한 곳이 드러나고 그 다음의 곳으로 이동하는 식으로 움직이다보니, 사실 마추픽추자체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사실을 메인 스팟에 가서 지각했음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미로처럼 느껴졌다. 코너를 돌았는데 뜬금없이 안개속에서 풀을 질겅질겅 씹고 있던 라마의 얼굴을 조우했을 때 특히 그랬다.
돌아다니다 보니 그렇게 크진 않았지만 정교한 도시였다. 결국 도시도 사상, 시스템을 반영하기 위한 도구이고 그 틀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 틀안에서 살고 있고. 그리고 이렇게 흔적만 남은 도시를 보다보니 우리도 언젠간 이렇게 사라지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후손들은 우리의 유적들을 보고 우리의 사상, 시스템들을 유추하겠지. 우리는 어떤 인간들이었을까 하면서. 중간중간 이끼를 제거하는 관리인들이 유적지에서 있었다. 매일 이들은 이 작업을 한다고 한다. 또 마추픽추가 다시 묻혀지지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