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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추픽추까지의 여정

3편_1: 쿠스코 -> 오얀타이탐보

by 도무

마추픽추에 가자


남미에 온 이상 마추픽추를 지나칠 수가 없었다. 하지만 한 번 가는데 부담감은 컸다. 기차값 130 달러 왕복, 마추픽추 표값이 40 달러 (하지만 쿠스코 시민들에게는 공짜) 그리고 마추픽추까지 올라가는 버스 왕복이 24달러이니.. 적어도 200 달러가 최소한으로 든다. 그 뿐인가, 숙소비와 관광지 물가의 숙소,밥먹는 것까지 생각하면 거의 250 달러는 쓴 것 같다.



사실 마추픽추만 간 것은 아니였다. 쿠스코에서 마추픽추로 가기 위해서는 버스를 타고 오얀타이탐보 (Ollantaytambo) 라는 마을에서 내려서 마추픽추로 가는 열차를 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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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와 기차를 타고 가는 방법에도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collectivo라는 벤 승합차를 타고 오얀타이탐보에 가서 기차 (페루레일 혹은 잉카레일)을 타는 것이다. 다른 한 가지는 그냥 페루레일에서 마추픽추에서 Ciuadad de Cuzco 행표를 사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페루레일의 경우에는 오얀타이탐보까지 가는 기차표와 페루레일 전용 관광버스로 오얀타이탐보에서 쿠스코 시내까지 들어오는 표를 동시에 살 수 있다. 결론적으로 보자면 가성비가 높은 것은 두 번째 방법이었다.
우선 한 번에 예약을 다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격도 더 저렴했다.
나의 경우에는 갈 때에는 오얀타이탐보에서 하루 있고 싶어서 collectivo를 탄 후, 따로 오얀타이탐보에서 마추픽추 마을 (Aguas Calientes pueblo) 까지 기차표를 예약했다. Collectivo는 쿠스코에서 오얀타이탐보까지 10솔 (약 3달러) 정도 했고 올 때에는 페루레일에서 한 번에 표들을 구매했다. 생각보다 기차에서 바로 내리자마자 바로 인솔당해서(?) 버스까지 가고, 환승기간도 짧고 버스도 관광버스로 훨씬 더 쾌적했기 때문에 가성비가 높다고 생각했다.
만약 당신이 정말 마추픽추만을 위해서 간다고 한다면, 페루레일(잉카레일은 좀 더 비싸다)에서 모든 예약을 하는 것을 추천하지만 만약 Sacred valley의 풍경을 누리며 조금 여유있게 여행을 하고 싶다면 collevtivo를 추천한다. 왜냐하면 collectivo는 계곡에 있는 다른 마을에서도 하차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Cusco IMG 8463.jpg Collectivo에서 보는 성스러운 계곡 전경들



Ollantaytambo (오얀타이탐보)


처음 쿠스코에 도착했을 때, 쿠스코가 시골이라 생각했다 -는 것이 틀렸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엄연히 말하면 쿠스코는 도시다. 그리고 몇 백년전에는 스페인인들이 식민지의 거점 베이스로 잡을 만큼 도시이기도 했다. 하지만, 오얀타이탐보는 강원도에서 느꼈던 고도와는 다른 차원의 산맥들로 둘러싸인 진짜 시골이었다. 산맥이 너무 거대해서 벽처럼 둘러쌓인 아득함마저 느껴졌다. 사람들은 이 곳에서 트래킹을 하기도 잉카 유적지에 가기도 한다. 이 곳은 예전에 잉카의 정복군주 망코 잉카가 고위인사들을 위한 체류시설로 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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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곳에서는 계단식 석조 경작지도 있고, 신전도 있으며 요새도 있고 꽤나 많은 그들의 흔적들을 볼 수 있다. 지나간 문명의 흔적들이 산골짜기에서 메아리 치듯 아직 남아있었다.

나는 너무 늦게 도착해서 가지를 못하고 저 멀리서 그들의 그 흔적들을 바라봤다. 꽤나 도시의 골조의 흔적이다. 나는 그 옆에 있던 조그만 요새를 보러 조그만 하이킹을 했다. 주황색 이끼들이 돌 위에서 자라나고 있고 멀리서 풍경을 보면 선인장들이 암초위에 불가사리처럼 붙어서 자라나고 있는 하이킹 코스였다. 그러나 끝까지 못 올라가고 산맥을 타고 뒤에서 흘러나오는 관리인의 휫파람 소리에게 잡히고 다시 내려가야 했다. 관리인은 요새의 언저리에서 입장컷을 받고 계셨다.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며, 얼른 내려가야 한다고 했지만 동시에 사진도 찍어주셨다. 나도 아저씨의 사진을 찍어드렸다. 매일 오시는 거일텐데, 꽤 어색하면서도 자랑스럽게 찍히셨다. 찍힌 본인의 사진을 나보다도 더 철저히 보시며 흐뭇하게 웃으셨다. 어느새 먹구름은 마을의 한가운데로 진입했기 때문에 내려올 때는 정신없이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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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스코는 꽤나 가을 날씨인데, 오얀타이탐보는 늦여름의 날씨였기에 차가운 요리가 먹고 싶었다. Cevicheria(세비체가게)를 갔다. 세비체는 맛있었다. 완전히 신선해보이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맛이 간 것도 아닌 것 같았고 tigre de leche는 리마에서 먹었던 것보다 훨씬 맛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문제의 세비체였고 남미 처음으로 배탈이 났다. 도미토리를 개인실로 바꿔야 했던 상황은 말 다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람. 하필 마추픽추 전에 이런 사단이 나다니. 호스트는 뭐 그런 건 가끔 많이 일어난다면서 약국에 가서 항생제를 사고 물을 많이 마시면서 다 개워내라고 했다. 그리고 지사제 대신에 비스킷을 먹으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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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탈이 어느정도 진정이 되자 밤산책을 나갔다. 마을은 무척 작았고, 사실 마을 가운데 있는 광장 하나를 제외하면 사실 볼 곳이 그리고 머무를 곳도 많지 않았다. 게다가 밤이 되자 커다란 산들은 거대한 암흑이 되었다. 마치 심시티에 있는 듯한 답답함이 느껴졌다. 나는 역시나 작은 마을에서는 도저히 못 견딜 체질인 것 같다.


아침이 되자 배를 곯아서 그런지 아침에 뭔가를 먹고 싶었다. 시장에 가서 쭈볏거리다보니 과일들이 눈에 들어왔다. 주황색 바나나를 샀다. 고구마 맛이 나는 바나나다. 그렇게 길가의 작은 돌담에서 아침공기를 마시며 바나나를 조금씩 먹고 있었다. 로컬 사람들이 지나간다. 옆이 바로 학교였다.
사람들은 정말 친절했다. 그들은 buenos dias 를 기분좋게 외치기도 했다. 도시에서와 다르게 구걸하지 않는 인디오 분들이 전통복장을 하고 돌아다니신다. 보통 전통의상을 입은 사람들은 나이가 적어도 60은 되어보이시는 할머니 분들이셨다. 머리를 땋고 모자를 쓰고 그리고 널판한 치마를 입고 돌아다니신다. 저렇게 활동성 높은 치마를 입고 종아리에는 토시를 끼고 다니는 것은 베트남의 사파에서 몽족들의 의상과도 꽤 닮았다. 그외도 아직도 아기를 인디오 전통 보자기에 싸고 돌아다니는 아주머니들도 있었고, 종종 아이들도 인디오 복장 차림으로 돌아다녔다. 일부 아이들은 인디오 복장 차림으로 관광 용품을 판매하고 있기도 했다. 실제로 오얀타이탐보에는 몇몇 부족들이 산 기슭쪽에 거주하고 있긴 했다. Huilloc Communidad 는 꽤 유명한 부족이다. 이들은 꽤 높은 수준의 수공업 기술을 가지고 있어서 인디오 전통 직조 기술로 천과 옷들을 만들어낸다. https://www.peru.travel/es/experiencias/huilloc

Cusco Thumbnail (17).jpg 아침밥을 사기위해 들린 시장의 과일가게

내가 머물고 있었던 호스텔의 호스트 K는 예전에 이런 communidad - ( 페루에서는 이런 부족 중심의 커뮤니티 혹은 마을을 communidad라고 부른다.) 의 사람들과 NGO 단체에서 18년동안이나 협업했다고 한다. 그리고 부족들에게서 어떻게 옷을 만드는지 기술도 배웠다고 하며 내게 같이 만든 천들을 보여줬다. 정말 고퀄리티였다. 나만 그런 건진 몰라도, 나는 이런 천들을 보면 감탄을 자아낼 수밖에 없었다. 사람의 손, 사람의힘으로 만든거라고 상상이 안 갈만큼의 촘촘함. 점점 이렇게 천을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이 사라진다는 게 아쉽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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