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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스코 한 밤의 탐방

2편_하룻밤의 바, 클럽 순례 그리고 술이야기

by 도무

Que noche


D는 나에게 마추픽추와 쿠스코에 대해서 설명해주기도 했고, 자신의 친구들도 소개시켜주며 덕분에 타지에서 온 나는 정말 재밌게 쿠스코에 있을 수 있었다.

나도 무언가 해주고 싶어 나는 그의 가족, 그리고 그의 친구도 함께 집에 초대를 해서 라볶이를 먹자고 했다.
원래는 삼겹살 파티를 하려고 했으나, Pacheta de cerado 라는 삼겹살 부위가 슬라이스로 판매를 하지 않았다. 정육점에서 잘라달라고 했으나 거절당했다.메뉴를 변경해서 라볶이를 만들기로 했다. 어묵을 찾을 수가 없어서 베이컨, 버섯을 들고 와서 고명처럼 라볶이에 얹어먹었다. 무엇보다 그들은 소주를 2병씩이나 들고 왔고 Rocoto (파프리카처럼 생긴 매운고추)를 들고 왔다.


그렇게 만들어진 문제의 Rocoto 소주.그는 지난주에 보드카에 Rocoto를 썰어 넣어 마셨다고 하면서 소주에다가도 해보기로 했다. 보통 해외에 가면 외국인들은 오리지날 소주보다는 맛이 첨가된 청포도향 소주, 자두향 소주나.. 이런 달달한 소주를 좋아한다. 우리 역시 그렇게 맛이 첨가된 소주를 마셨는데, 그러다 보니 생각보다 맛이 나쁘지는 않았다. 맵지만 달달했기 때문에, 멕시코의 매운 칵테일 Tajin ( 멕시코에서는 tajin이라는 라임 고춧가루가 있는데 이걸 마가리타에다가 넣어 칵테일처럼 마시기도 한다) 처럼 옆에 엠빠나다라도 있어야 할 것 같은 칼칼한 매운맛은 아니였다. 맵긴 하지만 그 달달함때문에 계속 넘어가게 하는 그런 맛이었다. 그게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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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에 우리는 클럽에 가기로 했다. 그의 친구, 아르헨티나에서 공부를 하고 있던 친구가 오기 떄문에 함께 클럽에 간다는 것이었다. 즉, 이틀 연속 술을 마시게 된다는..

그렇게 해서 우리는 그 날 4개의 바에 가게 되었다.

이 조그만 도시에서 이렇게 여러 술집과 클럽들을 달리게 될 줄은 될지는 몰랐다. 10 시정도에 El gato negro라는 광장의 한 모퉁이에 있는 선술집에 들어섰다.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수다떨기에 정말 좋았다. 그와 그의 친구 L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커다란 맥주를 2병을 셋이서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아르헨티나의 물가에 대한 이야기, 개인적인 이야기 등등, 그러다가 페루 음식을 이야기 하다가 , D는 페루사람으로서 세비체를 싫어한다고 고백했고, 날생선을 잘 못먹는다는 그에게 나는 산낙지라는 것을 알려줬다. 외국인들이 한국오면 공포스럽지만 한 번씩은 시도해본다는 그 음식말이다.
그는 페루에도 저런 음식이 있다고 했다. 바로 두꺼비 술이다. 이 과정은 꽤나 산낙지를 만드는 과정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살아있는 두꺼비의 피부를 벗긴다. 문제는 그러고선도 두꺼비는 살아있다. 그는 사진을 보여줬다. 피부가 벗겨진 두꺼비들이 수조에서 아직 살아있었다. 게다가 이렇게 살아있는 채 믹서에 돌린다.

내가 남미를 여행하면서 맛본 술들은,

아르헨티나에서는 절대적으로 와인이었고, 내가 좋아하는 술은 Tinto de verano 라는 좀 더 달달한 화이트 와인, 그리고 아사도에서 늘 빠질 수 없던 malbec 레드와인 이었다.

콜롬비아에서는 메데진에서부터 남미 독주들을 접하기 시작했는데 절대적으로는 Aguardiente, Ron de medellin 이 있었다. 더 좋아하는 술은 Ron 이었지만, 상대적으로 비싼 까닭에 더 많이 마신 것은 Aguardiente였다. 참고로 콜롬비아에서는 다른 남미나라들과 다르게 tinto (한 잔) 를 커피에 쓰인다. 조그만 아메리카노 말이다. 보통 콜롬비아에서는 baso, basito, copa의 단위를 술 마시는데 많이 썼다.

그리고 페루에서는 Pisco가 있었다. Pisco는 포도를 베이스로 만든 독주이다. 40도 정도 되는 독주이지만 숙성된 묵직한 달달함이 독주의 쿵한 독함과 같이 어우러져서 나는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페루에서 이 술을 기반으로 만든 칵테일, Pisco sour는 어디를 가던지 쉽게 볼 수 있다. Pisco가 페루에서 무난하게 찾을 수 있는 페루의 국민주라면, 조금 신기한 술들도 있다.

마사토, 이 술은 마셔보진 않았다. 이 술의 제조과정은 예전 잉카문명에서 비롯된다. 예전에 어렸을 적, 역사 만화책이서 읽었던 부분이었는데 아직도 실제로 이뤄지고 있었다. 예전 잉카시대때 여인들은 유카(Yuca) 를 씹고 뱉어서 발효를 해서 술을 만들었다고 한다. 아직도 아마존 지역의 원주민들은 이 방법으로 이 술을 만든다고 했다.

또 다른 술은 Chanka Kichachi 라는 술이다.

사탕수수를 베이스로 꿀과 정향등을 넣고 만든 술이라는데 들어보면 계피향 계열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한 번 마셔보고 싶었다.




어찌됬던 , 우리는 가볍게 수다를 떤 다음, fada라는 곳에 택시를 탔다. 택시는 조금 높은 곳으로 올라갔고 차 안에서 지나가던 시내의 야경의 노란 가로등들은 어느 새 조그만 별들처럼 보여졌다. 도착한 건물은 철문으로 닫혀있었고, 얼굴을 뺴꼼 내밀고 안에 있는 문지기들에게 파티에 놀러왔다고 했다. 신분증 검사를 받고, 입장을 할 수 있었다. 홍대의 클럽을 연상시키게 했다. 흔한 팝 노래와 외국인들, 그리고 중간중간 보이는 현지인들- 한국과 다른 것은 이들은 perreo 라는 춤과 이 음악에 살사를 춘다는 것이었다. 좀 재미가 없다고 생각되자 우리는 내가 좋아했던 일렉트로닉 클럽인 casa tisoc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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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쿠스코 시내의 토요일밤에는 생각보다 꽤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오래된 광장에 노란 불빛들은 꽤나 다른 도시에서 만나보지 못한 로맨틱하고 아늑함이 느껴졌다. 사람들이 많다보니 상인들도 많았고 그래서 전반적으로 좀 시끄럽기도 했다. 쿠스코의 나이트 라이프의 중심지에 도착을 한 것이다. 광장 옆의 Casa tisoc의 건물에 도착, 식민지식 건물의 커다랗고 오래된 나무 대문을 밀어 열었다. 컴컴한 로비에 있는 문지기와 조금씩 들려오는 일렉트로닉 뮤직이 이 곳이 클럽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나는 저번주에도 왔던 터라 익숙했지만, D와 L은 내가 자신들을 잡아넣으려고 한다하면서 농담을 던질정도로 촛불 하나 없는 으슥한 그 곳을 올라갔다. 재밌는 공간이다. 오래된 건물 위에 그려진 현대의 그래피티들은 이상한 불협화음같은 것을 내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이런 일렉트로닉 음악에 썩 어울리는 화음이다.

확실히 다른 분위기였다. 쌉 일렉트로닉. 그러나 이것은 L의 취향이 아니였고, 우리는 그녀가 그렇게 가고 싶어하던 클럽인 Chango 에 가게 되었다. 나와 D는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는 그냥 본인이 라티노이기 때문에 그냥 즐길 수 있다며 꽤 분위기에 적응 못하고 있는 나에게 그냥 즐기라며 분위기를 띄웠다. 결론적으로는 재밌게 놀고왔다.





다음날 엄청난 숙취에 시달렸다. 남미식 독주로, 사실 위장이 더 문제였다. 문제의 Rocoto 소주와 그 다음날의 데킬라 샷의 합작으로 며칠 내내 퀴노아 죽만 먹으며 고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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