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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스코 한 달 살기

Let's dive in Soroche

by 도무

디지털 노마드를 하면서 가장 여행을 많이 했던 곳,

페루, 쿠스코에서의 한 달 살기 이야기를 남겨볼까 합니다.





세상의 배꼽, 쿠스코에 도착하다


쿠스코에 도착했다.

리마에서 쿠스코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페루의 높은 산맥들은 구름층을 뚫고도 고고하게 서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정말이지 하얀 거품이 잔뜩 있는 바다에서 섬들이 동동 떠나니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만년설이 있는 산도 볼 수 있었다.

야, 세상은 아직도 참 내가 모르는 구석들이 많구나. 생각하며 1시간 반을 비행기로 이동을 하고 곧 이어 쿠스코에 곧 도착한다는 기장의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이제 도착하는 구나, 세상의 배꼽.

처음 쿠스코에 도착했을 때에는 꽤나 써늘하고 우중충한 날씨가 보고타를 연상시켜서 사실 다시 리마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짐이 언제나오지, 하고 한참을 기다렸는데 알고 보니 공항쪽에서 이미 짐들을 보관하고 있었다. 그렇게 짐을 주섬주섬 찾아서 우버를 불러서 에어비엔비로 향했다.


Let's Dive in Soroc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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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스코하면 보통 고산병을 많이 걱정한다. 나의 경우에는 고산병은 갑자기 확 찾아오진 않았다. 오히려 처음에 도착했을 때, 별로 증상이 없어서 나는 아직 한창 젊은이라고 느껴지기도 했었다. (착각이었다) 언덕 중턱에 있는 에어비엔비까지 장 본 것을 들고 올라갈 때, 심장이 터질 듯 했다. 곧 이어 고산병 증세가 슬슬 나오기 시작했다. 심하진 않았지만 사지 끝이 좀 저리고 머리가 어질거렸다.

쿠스코에서 보통은 고산병을 달래기 위해서 코카잎을 준다. 에어비엔비 호텔 로비에는 코카잎이 있었는데, 코카잎을 씹거나 따뜻한 물에 차로 마신다. 코카잎을 씹는다면 삼키지 말고 씹고 뱉어야 한다. 코카잎은 꽤 마테(Mate)와 맛이 비슷했는데 마침 옆에는 Mate de Coca 티백도 있었다. 질겅질겅 잎을 씹고 있자니 라마가 된 느낌이었다. 코카잎을 열심히 씹고 차도 마시고, 1시간 자고 나니 조금 나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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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에서는 고산병 증세를 “Soroche” 라고 한다. 이 단어는 콜롬비아 같은 다른 남미 사람들이 들으면 못 알아듣는 페루식 스페인어 단어이다. 만약 고산병 증세가 심하면 약국에서 가서 “ Quiero una pastilla genérica para el soroche ( 끼에로 우나 빠스띠야 제네리까 빠라 엘 쏘로체)” 라고 말하면 된다.

페루인 친구도 그냥 고산병에는 일단 자면서 적응하고, 그게 안되면 약을 먹는게 상책이라고 했다. 생각보다 심하게 고산병이 지나지 않아서 오래 자지도 않았고 그냥 어질 거리는 것이 이틀 정도로 갔을 뿐이다.

한 일주일동안 지내니, 집에서 홈트레이닝도 할 정도로 꽤 적응이 되었다.



쿠스코에 대한 첫 인상

사실 막상 쿠스코에 도착했을 때는 여행일정을 변경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 이유는 정신건강이 나빠질 것 같아서였다. 우선 날씨가 리마에 있다 와서 그런지 정말 좋지 않게 느껴졌다. 매일 우울한 하늘을 보고 있자니 날씨를 많이 타는 나로서는 무척 힘들었다. 그리고 그 당시 가장 힘들었던 것은 꽤나 도시규모가 작아서 사람만날 일들이 없어 한 달동안 정말 고립되어서 지낼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여행의 끝무렵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사실, 쿠스코에는 꽤 많은 스페인어 학당들이 있었고, 이 곳에서 가끔 언어교환 이벤트를 한다고 한다. 스페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지 못하는 외국인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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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상으로 리마에 다시 돌아가는 것은 좀 돈이 아깝기도 했고, 물가가 저렴한 곳에서 꽤 괜찮은 에어비엔비를 구했기 때문에 한 번 있어보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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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스스한 날씨와 고립된 환경 (하지만 남미의 고산지대답게, 낮동안에는 또 해가 쨍쨍하다), 그리고 확실히 리마의 도시와는 다른 분위기였다. 어느나라나 그렇지만, 한국과 비하면 도시에 있어서 빈부격차를 심하게 느낀다. 도시의 규모가 큰 경우에는, 도시 외곽 쪽에 가지 않는 이상, 그런 낙후된 지역을 잘 갈 일이 없다. 그래서 그 동안 규모가 있었던 도시에서는 나는 낙후됬다는 느낌을 거의 못 받고 지냈다. 명백히 외국인으로 보임으로 안전을 위한 버블존(Bubble zone) 에 필요한 비용을 내면서 비교적 안전한 도시의 지역에서 지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쿠스코에서는 좀 더 편안하고 저렴하게 있어보고자 외곽에 집을 얻기도 했고, 무엇보다 쿠스코 자체가 도시 규모가 작기 때문에 (정말 그냥 한국으로 치면 읍내라고 생각하면 된다) 전반적으로 어딜가나 낙후된 도시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마 쿠스코는 내가 지금까지 여행한 남미나라들 중 , 가장 물가가 싸지만 그만큼 가장 가난한 도시일 것이다.




남미에서 첫 시골 한 달 살이


시골이라고 썼지만 사실 쿠스코는 엄연한 도시다. 역사가 있는 도시. 분명 쿠스코는 여행자들의 도시이다. 나는 우연히 D라는 친구를 만나게 되었다. 그는 로컬 사람으로서, 학생이면서 IT쪽에 빠삭하며 여행 가이드이기도 한 다재다능한 친구였는데 그는 쿠스코에서 가볼 만 한 곳 숨겨져있는 gem place 들을 나에게 많이 알려주고 그의 친구들과 함께 같이 시간도 보냈다. 정말 행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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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게 시골에서 한 달 사는 느낌일까? 귀농청년이 된 느낌이었다. 확실히 리마보다 사람들이 정이 많고 살갑긴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에 대해서 여유가 조금 더 있는 것 같이 느껴졌다.

조금 더 규모가 있던 도시의 경우, 로컬친구들과 쉽게 시간을 내서 만나서 놀기가 힘들었다. 메데진의 경우, 로컬들은 메데진의 남쪽에 사는 경우가 많다, 그 곳은 메트로와의 접근성이 좋기도 하면서 평지이기도 하고 물가가 싸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난 로컬 친구들은 보통 Envigado 혹은 Itagui 라는 지역에 많이 살았다. 리마의 경우에도 Miraflores나 Barranco 같은 곳은 물가가 비싼 곳이고 보통 외국인들이 많이 사는 지역이다. 로컬 사람들은 그보다 좀 더 북쪽에 사는 경우가 많았다. 문제는 두 도시 모두 trafico (교통 체증)이 심하다는 것이다. 메데진의 경우에는 그나마 메트로라도 있지, 리마는 남미 최악의 교통체증을 자랑한다. 6시, 9시 정도가 되면 costa verda의 해안도로를 가득 채운 자동차 불빛들을 볼 수 있다. 타임랩스가 아닌데도 저렇게 불빛들이 도로를 뺴곡히 채운다. 아무튼 이런 상황때문에 사실상 로컬 사람들과 같이 어울리는 빈도가 그렇게 높진 않았다. 그들이 사는 곳은 꽤 로컬지역이여서 놀기에는 내가 있는 곳이 더 좋으나, 그들이 내가 사는 곳 까지 오려면 1시간은 잡아야 때문이다. 하지만 쿠스코에서는 1솔로 마을 버스를 타고 가면 30분이면 시내에 도착할 수 있다. 버스에서 내려 15분은 슬슬 걷다보면 도착한다.


쿠스코에서 버스타기


재밌는 점은 쿠스코는 버스들이 각각 이름이 있다. 그 이름들도 엄청나다. Arco Iris, Senor de muerte 심지어 Batman ( 그렇다, 그 batman이다. 그 유명한 로고와 함께) 도 있다. 보통 버스는 번호, 그리고 방향만 있지, 그 버스 자체를 강아지 부르듯 이름을 붙이진 않지 않는가. 하지만 쿠스코는 버스들이 각자 다 이름이 있어서 사람들은 그 이름으로 버스를 안다. 가끔 커다란 강아지들 이름을 부르는 것 같다. 그래도 버스는 크지 않다. 학원버스만한 버스가 마을버스이다.

Cusco Thumbnail (41).jpg Batman bus


그리고 버스요금을 받는 것이 기계가 없고 사람이 직접한다. 마치 우리나라의 6,70년대처럼 수금을 하고 문을 열고 사람을 받고 내리는 승무원들이 있다. 그들에게 내린다고 말하고, 보통 현금 1솔을 지불한다. ( Bajo Bajo Bajo , me bajo!) 쿠스코에서 버스를 타는 것은 조금 하드코어이다. 우선 정거장에 간다고 해도 내가 그 정거장에서 무슨 버스를 탈 수 있는지 알 수 없고, 버스자체가 다른 지역처럼 정거를 한다기 보다는 거의 잠깐 스치듯이 선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이럴 때, 그렇기 때문에 승무원분들이 거의 축구경기 중계를 하듯 Suba, Suba, Suba ( 올라타 올라타 ) 와 Baja Baja 를 외친다. 올라타면서 혹은 내리면서 버스가 움직이는 것은 기본이다.


만약 쿠스코에서 버스를 타면서 비용을 아끼고 싶다면 Moovit 이라는 앱을 다운받아서 사용하길 추천한다. 구글맵에서 검색을 해도 경로나 버스편이 잘 나오지 않기 때문에, 이 앱을 사용하면 꽤 교통정보를 정확하게 받을 수 있다. 쿠스코 뿐만 아니라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도 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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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 아이레스, 리마 역시 약간 특이한 버스 시스템이었는데, 승무원은 없지만 내가 탑승을 할 때 내가 내릴 곳의 정거장에서 내려야 말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버스안에는 안내방송이 없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경우에는 정확히 내가 내릴 정거장을 말하기 보다는 내가 내릴 avenia (큰 대로)이름을 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럼 대략의 요금이 내 카드의 정산되서 지불된다. 쿠스코는 그래도 역이름을 말해준다. 승무원들이 소리치며 알려준다.


시골식당에서 밥먹기


Menú del día (오늘의 메뉴)
만약 남미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나름 균형잡히게 배부르게 먹고 싶다면 보통 식당에 가서 이 메뉴를 시키면 된다. Entrada와 Segundo로 보통 구성이 되어있고, 페루 같은 경우는 차가 같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가끔 후한 인심이 있는 식당이면 디저트까지 주신다.


Entrada는 sopa (수프), Ensalada (샐러드) 혹은 가끔 Ceviche (세비체) 등이 나오고 Segundo는 메인 디쉬로서 흔히 밥 혹은 Yuca ( 유카- 라는 고구마스러운 구황작물이다) 혹은 콩요리와 고기 혹은 샐러드 요리가 나오고 가끔 샐러드도 곁들여 함께 나온다. 그런데 이 양이 어마어마 해서 한 번도 제대로 끝내본적이 없다. 특히 쿠스코에서는.
리마보다 싼 물가를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식사였다. 리마의 경우에는 Menú del día 를 시킨다면 13솔은 잡아야 하지만 쿠스코에서는 7~8 솔이면 먹을 수 있는데, 2달러 정도 금액인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처럼 푸짐하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수프에는 건더기가 거의 없지만 뭔가 있는 쟤료들을 다 써서 나온 느낌이 난다. 국물이 정말 많다. 수프에 있는 papa (감자), Yuca 등을 좀 먹다보면 살짝 배가 부른데, 그 때 메인 디쉬가 나오고, 메인디쉬에서는 가끔 엄청난 밥량이 나온다. 반찬 같이 같이 곁들어 먹을 수 있는 쟤료는 별로 없지만, 밥 양 자체가 많을 때면, 싸달라고 부탁할까 라고 생각할 쯤에는 빵이나 디저트가 나온다. 사실 음식의 밀도가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니지만, 있는 건 별로 없지만 배부르게 먹고 가라는 시골의 정이 느껴지는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다. 그 덕에 가끔은 2달러로 2끼를 해결할 수 있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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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do
한국으로 치면 닭칼국수다. 더 구체적으로 묘사하자면 삼계탕 국물에 파스타면을 넣은 국수라고 생각하면 된다. 큰 닭고기 한 조각과 계란 그리고 감자 혹은 유카가 들어가고, 쪽파를 그 위에 뿌려서 꽤나 삼계탕처럼 구수하고 시원한 맛의 닭국물을 먹을 수 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라임을 뿌려먹기도 하고 혹은 rocoto 라고 하는 엄청나게 매운 고추를 넣어먹기도 한다는 것이다. (슬라이스로 나와서 처음에 토마토인줄 알고 먹었다가 혼이 엄청났다.) 12 솔 정도면 동네 Calderia (Caldo 를 메인메뉴로 하는 식당)에서 한 그릇을 먹을 수 있는데 한국음식이 페루와서 별로 그립지 않은 것은 이런 바이브 덕분인 것 같다. 정말 아시아 음식과 맛이 비슷한 음식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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