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편 _ Valle Segrado 여행 (성스러운 계곡) 여행_1
쿠스코에서는 마추픽추 말고도 할 게 많다. 시내에 있는 유적지를 갈 수도 있고, 성스러운 계곡 (Valle Segrado) 에 있는 다른 근교의 여행지들도 갈 곳이 많다. 이 계곡은 쿠스코 주위에 있는 페루의 곡창지대이다. 이 곳에서는 오래전부터 퀴노아, 옥수수, 감자 등을 중심으로 농업이 발달될 수 있는 고마운 지대였기에 사람들은 이곳으로 '성스러운' 계곡이라 부른다. 쿠스코에서 2시간안으로 갈 수 있는 근교의 여행지들이 많기 때문에 오히려 장기 노마드를 하기에도 괜찮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페루의 행정시스템에 대해 말해보자면 이런 부족문화 때문에 일반적인 행정 시스템과는 조금 다르다. 쿠스코 Region에는 여러 province 들이 있다. 그리고 그 아래에 district > Community > 그리고 50가구 정도 되는 정말 작은 지역을 위한 행정체계도 있다. 사실상 district까지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아는 행정지역이지만 community는 조금 더 부족 중심이라고 생각을 하면 된다. 정부가 관리하기 위한 오피셜한 행정체계로 생긴 단위라기 보다는 community부터는 그렇지 않다.
아무튼 그렇기 때문에 각 근교의 여행지에 가면 각 community 들의 개성있는 마을들을 둘러볼 수 있다. 사실 이 분야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나로서는 사실 각 부족의 인디언들 차림이 가장 눈에 띄게 다가왔다.
Get your guide 라는 앱에서 15달러 짜리 패키지 관광상품을 봤다. Sacred valley 여행인데, Chinchero, Moray 그리고 Maras 까지 아주 쌈빡하게 다녀오는 여행이었다. 우선 가고 싶은 곳은 다 가보는 루트여서 가보기로 했다.
표 역시 포함이 되어있지 않아서 이미 구매한 표를 이용할 수 있었다. 만약 당신이 쿠스코를 여행한다면 꼭 Municipal de Cusco 에 가서 표를 구매하기 바란다. 일주일 정도 체류할 계획이라면 completo 버전의 표를 구매하길 강추한다. 왜냐하면 저렴한 형식의 표는 4군데 밖에 갈 수 없고 유효기간도 이틀인데 70솔이다. 반면 completo는 거의 모든 유명한 sacrd valley의 유적지를 갈 수 있지만 10일동안 유효기간이 주어지기 떄문이다. 쿠스코를 여행하면서 관광지마다 각 표는 살 수 없다. 반드시 그룹으로 된 표 BTC (Boleto turistico Cusco) 를 사야한다.
픽업 포인트를 잘 못 알아서 혼선이 있었으나, 그 이후에는 아주 편안했다. 15명의 관광객들이 큰 밴에 탔고, 가이드는 매우 기계적으로 안내 문구들을 읊었고 그닥 불편한 상황도 없이 물흐르듯 일사정련하게 흘러갔다. 나이가 더 어릴 때에는 이런 여행을 질색했었다. 여러 사람들과 같이 가야하고, 특정 시간에 맞춰서 어딘가에 다시 만나야하고. 하지만 이제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런 여정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편안함이 주면서 다른 한쪽으로 생기는 또 다른 방식의 여행이 주는 여유를 누릴 수 있는 방법을 알았달까.
사실 Chinchero (친체로)는 기념품가게를 가기위해 들린 것 같아서 매우 실망했었다. 10분정도 천연염색에 대해서 설명하고 30분넘게 기념품 가게에 있었다. 마치 누구라도 사지 않으면 절대 이 샵에서 나갈 수 없는 것 같은 분위기마저 느껴졌다.
하지만 Moray에서부터는 꽤 흥미로웠다. 사진으로만 보던 그런 유적지를 일단 실제로 본다는 압도감이 있었다. 잉카시대에 사람들은 이 곳을 일종의 농업실험실(?)으로 썼다. 이런 이상한 모양의 밭을 만든 것은 적합한 작물을 키울 수 있도록 실험을 하기 위한 것이었다. 정말 신기하게도 별로 높이 차이가 없어보였지만 Moray 안에서의 고도차이에 따른 기온의 변화는 실로 놀라웠다.
하지만 가장 압도적이었던 것은 Maras 였다. 신성한 골짜기를 구불구불 다니다가 조우하게 된 Maras의 첫 모습에 모두가 우와.. 헤.. 하면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1,000년동안 운영되고 있는 산골짜기의 계단식 염전은 무려 4,000개 정도 된다. 마치 하얀 벌집을 보는 것 같았다. 인간이 만든 벌집 말이다. 아무도 이 염분이 있는 물이 어디서 왔는지 모른다고 한다. 하지만 1,000년동안 먹을 수 있는 소금을 생산해왔고, 이 지역 주민들을 먹여 살렸다. 소금은 여러 층으로 나뉘어져서 가장 위가 하얀소금, 그 다음이 갈색 소금 그리고 그 아래에는 먹을 순 없지만 방충용으로 쓸 수 있는 소금이 생긴다고 한다.
Maras에 가기 전에 community가 운영한다는 기념품가게에 갔다. 들어서자, 한 쪽에서는 다른 가이드가 자신의 그룹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지역 특산물 소금을 맛 봐보라면서 튀긴 옥수수와 시식회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의 가이드도 같은 일을 했다. 우리는 옥수수 튀김과 함께 여러 소금을 맛 봤고, 초콜렛도 시식을 했다.
친체로의 기념가게에서보다 사람들이 더 많이 구매를 했다. 가게에 들린 후에 드디어 우리는 Maras로 향했고, 통행료 20솔을 지불했다. 왜냐하면 이 염전은 국가가 감독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커뮤니티들이 다스리는 땅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개별적으로 그렇게 통행료를 받는다고 했다.
어찌됬던 모든 과정은, 가이드가 했기에 편했다. 중간중간 다른 여행자들과도 이야기도 나눠서 생각보다 외롭지도 않았다.
쿠스코에 도착한 후에는 어제 뮤직 바에서 만난 한 여행자와 알파카 스테이크를 먹으로 갔다. 22솔. 이 가격은 시내에서 조금 멀어진 곳에서 먹을 수 있는 가격, 시내라면 적어도 45솔은 받는다. 처음 먹어본 알파카 스테이크는 쇠고기와 맛은 비슷했으나 식감면에서는 닭가슴살을 먹는 느낌이었다. 쇠고기보다 철분맛이 더 났다. 기본 parilla로 시켰는데 알파카 고기자체가 주는 짭조름한 풍미때문에 정말 맛있게 먹었다.
그 날은 쿠스코 지역의 부족들이 모여서 카니발을 했는데, 사실 우리가 아는 브라질 카니발 같은 느낌은 아니고, 조그만 도시의 구석구석에서 노래하고 악기를 부는 부족분들을 발견하는 그런 바이브였다. 광장에 갔더니, 여러 부족들이 자신들의 전통의상을 입고선 공연을 했는데, 이것은 무언가 보여주기 위한 공연이라기 보다는 자기들끼리 즐기고하는 분위기가 더컸다. 하지만 물론 관광객들, 로컬, 다른 부족들이 와서 이야기를 하거나 궁금해하면 같이 이야기를 하며 함께 즐겼다.
아마 저 분들은 그 성스러운 계곡에서부터 멀리서 오셨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