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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lle Segrado 여행 (공정 관광편)

4편_Valle Segrado (성스러운 계곡) 여행 _2

by 도무

공정관광을 가보자


일요일에는 그동안 정말 배워보고 싶었던 산간지방 부족들의 옷만드는 워크샵 투어였다. 사실 베트남의 사파를 갈 때부터 산간 부족들의 전통방식으로 옷을 만드는 것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드디어 그렇게 워크샵에 한 번 참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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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방문한 곳은 Andean Colors라는 인디언 부족들 싱글맘을 위한 copperative 이다. 38명의 싱글맘들이 이 곳을 통해 연결되어있고 이 곳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미 경쟁이 과열되어있는 Sacred valley나 Winikunka는 25달러 이하로 쿠스코에서부터 픽업서비스와 아침, 점심이 포함되기도 한 것에 비하면 이 분야의 여행 패키지들은 가격이 조금 있는 편이었다. 게다가 워크샵 형태이다 보니 그룹으로 받는 경우가 많았고 한 명이 간다면 가격이 더 올라가는 프라이빗 워크샵으로 신청해야해서 부담이 더 올라갔다. 다행히 겨우 추가부담금 없이 개인으로 신청할 수 있는 곳이 있었다. 게다가 픽업서비스가 없는 것 역시 부담포인트이다. 물론 Collectivo를 통하면 왕복 10솔로 왔다갔다 할 수 있지만, 송아지만한 들개가 컹컹 짖으며 쫓아오는 시골길을 걸을 각오를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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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한 곳은 Huayllamba 라는 곳으로 만년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산골짜기 중의 산골짜기 였다. 과연 대기가 무척 차가웠고 정말 정말 시골이었다. 21세기이지만 당나귀가 다니는 것이 차가 다니는 것보다 더 자연스러워 보일정도로 말이다. 비포장 길을 가야했다. 도착하니 한 오두막 집이 있었다. 들어서자마자 일단 집앞에 있는 목장에 있던 라마와 알파카가 이 놈은 뭔가 하고 단체로 나를 쳐다봤다. 그들은 긴 목을 내빼면서 내가 집앞으로 걸어가는 것을 계속 지켜봤다. 그리고 이어서 집에서 친체로 커뮤니티의 복장을 입은 여자분들이 나와 반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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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샵은 스페인어와 영어로 진행되었다. 그리고 워크샵의 진행자분들은 케추아어를 쓰셔서 그들끼리 하는 말은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

이 copperative 의 리더인 Himma는 40 살이지만, 20살까지는 케추어를 썼고, 20년동안 스페인어를 배웠다고 했다. 영어는 최근들어서 배운 말이라고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되어서 놀라웠다. 하지만 중간중간 막힐 때, 그녀는 나에게 번역기라며 핸드폰을 내밀었는데, 챗 지피티 화면이었다. 만년설이 보이는 안데스 산맥의 한 가운데에서 친체로 전통복장을 한 여인이 통역이 필요하다며 챗 지피티를 내미는 순간, 마치 구글 광고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처음만져보는 라마와 알파카 생 털


워크샵은 4시간동안 진행되었는데, 전체적으로 라마 혹은 알파카의 더러운 털뭉치에서 실로 뽑을 수 있는지 그리고 이 실들을 어떻게 염색을 하고 weaving을 할 수 있는지를 설명해주는 워크샵이었다.

먼저 우리는 알파카와 라마에게 풀을 주었다, 그들은 Alfa Alfa 라는 풀을 먹는데, 이 풀들은 들판에서 그냥 뜯어오신다고 한다. 종종 길가에서 인디오 분들이 이런 풀들을 한 무더기씩 짊어지고 걸어다니는 걸 봤는데, 집에 있는 라마와 알파카를 주기 위한 게 아닌가 싶었다. 한 무더기를 코에 가져다 대면 그들은 킁킁 거리면서 본인이 원하는 입사귀륻들을 골라서 먹는다. 잘도 먹는다. 라마, 알파카 그리고 양들이 이 풀들을 맛있게도 먹었다. 하면서 실제 라마의 털을 만져볼 수 있었는데, 무척 부드러웠다. 알파카의 경우에는 너무 더러워서 차마 만지지는 못했지만, 보통 알파카의 옷을 더 쳐주긴 한다. 그 이유는 알파카가 더 부드럽기 때문. 하지만 여기에도 급이 있는데 흔히 관광지에서 우리가 한 10번 넘게 듣는 "이건 베이비 알파카로 만들었어요 "(This is made by baby alapca)" 라고 하는 그 말은 실제로 아기 알파카로 만든 게 아니다.

성인 알파카의 털 부위로 그렇게 이름이 나뉘어진 것이다. 부위마다 털이 부드러운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알파카 베이비 프리미엄 - 이 부위는 등의 척추와 가까운 부분
알파카 베이비- 등이긴 하지만 척추에서 좀 더 먼 부분이고
알파카 - 목 부위


사실 알파카가 좋긴 하지만 정말 알파카로 만들어졌다면 무겁기도 하고, 그리고 좀 사실 까끌까끌하다. 그래서 사실 알파카로 특히 스웨터 같은 옷을 만들 때, 다 알파카털로 만들기 보다는 합성섬유나 울을 섞어서 만든다고 한다.



염색하기


염색을 하기 위해 다시 작업장에 들어섰다. 염색쟤료들에 대해서 간략히 설명을 해주셨다. 그들은 Cochinillia 라는 선인장에서 서식하는 기생충을 베이스로 해서 붉은색 염료를 낸다. 이건 친체로 부족들의 붉은 색 옷의 베이스가 되는 색깔이다. 그리고 이 베이스로 어떤 쟤료를 섞느냐에 따라서 색깔들이 달라진다. 흔히 fixa .즉, 색이 날라가지 않도록 보존해주는 크리스탈 광물을 섞으면 보라색이 되고, 화산지역에서 채취한 황을 섞으면 검은색이 되고 라임즙을 섞으면 좀 더 밝은 주황색이 되는 그런 식이다.

Cusco Thumbnail (61).jpg 선인장 기생충 Cochinillia


이외에도 초록색, 노란색도 모두 천연재료를 통해서 만들었다. 노란색의 경우에는 조금 힘들었다.

건초를 물에 불린 후, 반죽이 될 때까지 돌로 으깨야 했다. 그리고 그 반죽을 실텅이로 야무지개 훔친 뒤, 삶아야 한다. 염료를 넣고 삶을 때 항상 들어가는 것은 크리스탈 fixa 였다. 마치 마녀의 항아리들을 보는 것 같았다. 부글부글 끓는데, 황 조금, 재 조금, 크리스탈 가루 조금 이렇게 부글부글 끌으니 말이다. 정말 신기한 것은 그렇게 뭔가 첨가할 때마다 색들이 확 바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색이 정말정말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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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 세탁하기


염색을 하는 동안, 이제 실을 어떻게 만드는지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 우선 채취한 털뭉텅이들을 씻어야 했다. 그들은 잉카시대때부터 쓰던 방식으로 세척을 하는데 잉카비누를 채에 갈아 따뜻한 물에 넣었다. 그러자 거품이 나면서 정말 샴푸를 푼 물같이 되었다. 이제 그 더러운 털뭉치를 넣을 차례다. 털뭉치를 넣고 조물조물 문지르고 짜자, 물은 정말 진한 초콜렛색이 되었고, 건초는 물론 벌레도 빠져나왔다. 그 털뭉치는 한 '세계'였던 것이다. 그렇게 그 세계를 잉카비누로 해체하고 나면 하얀 털이 남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간중간 이물질들이 껴있기 때문에 이것을 얇게 펴서 그것들을 털어내는 작업을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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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하면 이제 실을 만들 베이스가 준비된 것이다. 이제 팽이 같은 도구로 이 털뭉치를 실로 변신시킨다. 털뭉치를 얇게 실처럼 만들어 도구에 걸고 그 도구를 팽이처럼 회전시켜서 그 힘이 주는 압축력으로 실로 만드는 것이었는데, 꽤 놀이 같아서 재밌었다. 하지만 꽤나 손의 힘이 필요한 작업이었다.




직물짜기


그 다음은 이제 시간이 가장 많이 드는 작업이었다. 바로 직조 작업, 나는 그저 자그만 팔찌를 만들기로 했다. 그저 팔치 하나이지만, 나는 1시간이나 쏟은 작업이었다. 원리만 알면 생각보다 간단하긴 한데, 수많은 실들을 컨트롤 하면서 이 작업을 하다보면 간단한 일이라도 조금이라도 정신을 딴데 놓으면 티가 나서 생각보다 꽤 정신집중이 많이 필요한 작업이었다. 결코 바쁘다고 서둘수도 없는 작업이었고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작업이었다. 내가 한 것은 간단한 문양이라, 그들은 숙련자의 경우 10분이면 끝낸다고 했는데, 만약 무늬가 복잡하게 들어가기 시작하면 하루는 걸린다고 했다. 그런데 꽤 시장에서는 3솔 정도면 팔찌를 살 수 있다. 시장에 팔기위해서는 분명 좀 더 효율적으로 작업을 하실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이 고생을 하는데 적은 돈을 받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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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스코의 그 많은 옷들은 어디서 오나요?


그리고 이제 그렇게 기다리던 점심시간이 왔다. 따뜻한 Chicha Morada (치차모라다 - 자색옥수수로 만든 달달한 차)가 있었고 그 어떤 레스토랑에서 먹었던 것보다 더 든든한 퀴노아 스프가 나왔고, segundo 도 대접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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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하면서 영어를 할 수 있었던 M과 여러 대화들을 나눴다. 이 협동조합이 생긴 배경과 어떻게 운영을 해왔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나는 어제 친체로에가서 느낀 실망감을 말했다. 물건을 사게 만드는 것이 주목적인 그 투어에 대한 실망감 말이다. 그도 예전에는 판데믹 전까지는 그런 식으로 운영을 했다고 한다. 즉, 가이드가 숍에 관광객들을 데려와주는 방식 말이다. 하지만 그 방식은 숍 운영자 입장에서는 꽤나 불리한 입장이라고 한다. 기본적인 구조는 가이드와 관광 에이전시가 갑인 관계라고 보면 쉽다. 우선 가이드가 그 댓가로 수익을 20프로를 받는데 이와 별도로 그 가이드가 속해 있는 에이전시에게 10 프로를 줘야 한다. 즉, 가이드는 30프로를 요구하게 된다. 그 뿐만 아니라, 그 가이드가 데려오는 관광객들을 위해 음료나 음식도 대접을 해야할 때도 있다. 그건 따로 숍 운영자가 오로지 부담해야하는 금액이다. 게다가 문제는 단지 수익이 났을 때 그 금액을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가이드가 늘 관광객들을 자신의 샵에 데려올 수 있도록 선금을 먼저 해야할 때도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가이드와 에이전시와의 계약을 위해서 그들을 위한 접대를 위한 비용도 고려를 해야한다.

판데믹 계기로 이런 뭐 같은 상황을 타파해보고자 trip advisor 라는 앱을 쓰셨는데 22 프로라는 수수료가 있지만 이는 수익이 발생할 떄만 지불하면 되는 금액으로 불필요한 지출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었고 작년에 그렇게 시작을 해서 100명이 훌쩍 넘는 게스트들에게 워크샵을 했다고 한다. 하이시즌은 이렇게 나 혼자만 덜렁 있는 것과 달리 10명이상은 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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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스코의 그 많은 옷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건가요?”

“이제 페루에는 얼마전부터 Michel 이라는 기업이 있는데 문제는 그들이 라마, 알파카를 키우는 것부터 시작해서 모든 공정들을 독점하는 형태로 있어요. 문제는 그들이 자신의 브랜드들을 내세우는 게 아니라 마치 개인 수가공업자가 만든 것처럼 다른 브랜드처럼 해서 여기저기에 판다는 게 문제인거죠. 쿠스코에 있는 옷들은 보통 공장에서 와요.”

하긴 그랬다. 쿠스코의 경우에는 보통 푼초 하나에 150 솔 이면은 살 수 있다. 하지만 이 곳에서 (이 곳도 숍이 있기에) 보통 이 가격의 적어도 3배는 비쌌다. 쿠스코가 이만큼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것은 공장이 아니고서야 불가능하다. 그리고 실제로 공정을 겪어 본 사람으로서… 더욱 이 것은 기계의 가격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쿠스코의 plaza de armas 광장 옆에 있는 고급샵에 가서 물어봤을 때도 아레키파(페루의 남부에 있는 도시) 에 있는 공장에서 물건들을 가져온다고 했다. 솔직히 퀄리티가 나쁘지는 않았다. 디자인도 현대인의 의상에 맞게 세련됬다. 그렇기에 이런 변화가 가내 수공업자들은 더 위협적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아레키파 뿐만 아니라 이제 보통은 다 중국에서 물건이 와요”

“하지만 중국에는 라마와 알파카가 없지 않나요?”

“이젠 그들이 라마와 알파카도 키워요. 중국에서”

대륙의 힘이 여기에서도 미치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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