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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디아 Dec 13. 2023

별, 곡선의 길

 어느 5월, 나는 라스베이거스행 비행기 창문 아래를 바라보고 있다. 빼곡한 레고 모양의 집들 사이를 가로지르는 수많은 길들이 눈을 사로잡는다. 내 눈길을 끄는 것은 구불구불한 길이다. 왜 저런 모양이며 도무지 알 수 없는 위치에 난 구불길에 나도 모르게 시선을 빼앗긴다. 오랫동안 빤히 쳐다보다가 생각에 잠긴다.


  보기 좋은 직선의 길보다 구불길에 더 눈길이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쁜 운전자라면 빠른 길을 선호하겠지만 여유로운 탐험가라면 구불길을 택할 것이다. 가만 보면 우리 인생도 구불길과 별반 다르지 않다. 사람들은 직선의 길이 본인의 인생이길 바라며 살아가지만 되돌아보면 다 구불구불한 길을 지나왔다. 곧은 인생은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판타지일 지도 모른다. 구불길을 걷고 있는 우린 곧은길엔 없는 뭔가를 발견하고 그러는 사이 그 길을 통과하면서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가고 있는 게 아닐까.


 우리는 별로 태어나 우주의 별로 돌아간다. 별은 죽은 항성이란다. 생을 다한 별의 빛이 지구에 도달하기까지 몇 광년이 흘러서다. 밤하늘에 수놓은 별을 보는 것은 과거의 흔적을 좇는 것과 같다. 별이 죽을 때는 탄소를 내뿜는다. 별이 쏟아낸 탄소는 인간 몸에 박혀 인생을 함께하다가 다시 인간과 함께 우주로 돌아간다. 우리는 별의 조각을 일평생 품고 사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별의 후손이라면 품는 것이 별 조각뿐이랴. 발하지 않은 불꽃들, 피어나지 않은 우주의 미세한 조각들이 우리 안에 있다면 얼마나 많은 열기와 빛을 발산할 존재들이란 말인가. 언제 어디서 포텐이 터질지 모른다는 것은 우주를 무대로 펼쳐지는 별빛의 쇼를 신비롭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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