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디아 Dec 17. 2023

나도 달릴래

마른하늘을 달려


 “어어 어어어.. “

 “차 세우세요 “


 라는 한 마디와 함께 나는 차를 세울 수밖에 없었다.


 수능 끝나면 다들 운전면허를 따라고 한다. 주변에서 하나둘 운전면허증을 딸 때, 난 미뤄두고 있었다. 갓 스무 살에 운전할 일이 별로 없을 거 같아 보였다. 그렇게 차츰차츰 미루다 보니 어느새 졸업반이 되었다.


 운전의 필요성을 느낀 건 미국에서 지내기 시작했을 무렵이다. 차가 없으면 아무 데도 갈 수 없는 곳에서 지내다 보니 운전이 절실했다.


 그보다 더 나를 자극한 건 뻥 뚫린 도로였다. 서부 영화에 나오는 광활한 대지를 달리는 차가 마음속에 들어온 건 그때부터다. 언젠가 로드트립을 하리라 다짐하면서.


 그때부터 ‘한국에 가자마자 운전면허를 따야겠다’ 생각했다. 로드트립의 꿈을 위해. 기능 시험을 통과하고 도로 주행을 볼 때였다.


 고작 4시간 연습하고 도로 주행을 한다는 게 말이 안 되었지만 모두가 그렇게 한다는 게 왠지 모를 위안이 되었다. 아슬아슬하게 도로주행 시험은 시작되었다.


 유턴하고 돌아오는 길 마지막에 있는 교차로 진입이었다.

 “교차로에서 좌회전하면 무조건 1차선으로 진입하셔야 합니다~”

어제 강사님에게 들었던 말이 생각났다.

 ‘1차선‘

 ‘1차선’

 혼자 중얼중얼 거리며 어색한 핸들링으로 간신히 진입했을 때 ’ 오 이대로 합격인가~‘ 묘한 자신감이 들었다.


 그때 다급하게 옆에 있던 감독관이 소리쳤다. 어서 차를 세우라는 말이었다.


 내가 들어온 곳은 하얀 줄이 아닌 파란 줄.. 다시 말해 1차선이 아니라 버스 전용 도로였던 것이다.


 ‘아뿔싸’


 그 자리에서 바로 실격당한 나는 돌아오는 길에 마주치는 수많은 운전자들이 새삼 존경스러웠다.


 백미러, 사이드미러 등등 수많은 거울을 보면서 차선을 유지하고 손으로는 핸들을 돌리며 발로는 엑셀과 브레이크를 제어하는 게 사람이 정말 할 수 있는 일인가 싶었다.


 어릴 적 나는 대학생이 되면 차로 통학하는 그런 멋진 어른의 모습을 상상했었다.


 아는 선배의 차를 타고 오는 길 어릴 적 내가 그린 이미지를 떠올리며 누군가에게 나도 이런 어른이 되리라 다짐했다. 이제 막 도로에 나와 뒤뚱뒤뚱 나아가고 있지만 말이다.

이전 15화 피터팬이 크리스마스에 온다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