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하다 보면 각종 기념품 샵에 가게 된다. 기념품을 사는 데 여러 그룹으로 나뉘는데, 내 친구는 여행지별 마그넷을 모으는 파였다.
기숙사에 냉장고도 없고 자석을 붙일만한 곳이 딱히 떠오르지 않아서 마그넷을 살 때면 나는 항상 고민했다.
’ 여행지를 떠올려 줄 만한 게 있을까?‘
‘내가 계속 가지고 다니면서 여행지 의미를 줄 뭔가가 있을까?’
나는 그게 ‘배지’라고 생각했다. 가방에 달고 다니면 학교 갈 때마다 볼 테니까 그렇게 여행지의 기억을 추억하고 싶었다.
배지를 모으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기념품 가게에서 마그넷은 어딜 가든 팔지만 배지는 잘 없었다. 있더라 하더라도 내 마음에 들지 않거나 가격이 말도 못 하게 비싸거나 둘 중 하나였다.
나름대로 깐깐한 눈으로 엄선된 배지들이 지금 나의 가방에 달려있는 것들이다. 여행지를 갈 때마다 하나씩 모았던 게 어느새 많아져서 내 가방을 보는 사람들이면 하나같이 말한다.
“오 가방 화려한데~”
배지 하나에 담긴 여행지의 기억들, 이걸 고르던 나의 모습마저 생생하게 기억난다. 사람들로 붐비는 아침 지하철 안에서,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가끔 무기력해지기도 한다. 겨우 자리를 앉아 가방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는 요즘이다.
시간의 낫이 지나가는 동안 빛이 바래진다 하더라도 절대 흐려지지 않을 그곳에서의 추억. 별 하나에 추억과 사랑을 노래한 어느 시인처럼 배지 하나하나에 담긴 그때의 이야기를 나도 풀어낸다.